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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야구는 메이저리그 재활용품점이 아니다, 11년 만의 복귀 마에다를 향한 차가운 시선[민창기의 일본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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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돌아온 우완투수 마에다 겐타(37)는 옛 소속팀 히로시마 카프가 아닌 라쿠텐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가 11년 만의 일본 복귀 의사를 밝힌 후 요미우리 자이언츠, 야쿠르트 스왈로즈, 소프트뱅크 호스크가 관심을 나타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라쿠텐으로 방향을 틀었다. 라쿠텐이 마에다에게 '2년-4억엔'을 안겼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이 있었다면, 별다른 인연이 없는 라쿠텐으로 갈 이유가 없다.

일본의 일부 스포츠전문 매체는 선발 보장이 마에다를 라쿠텐으로 이끌었다고 했다. 반면 요미우리는 그동안 선수를 영입하면서 특정 보직, 역할에 관한 확약을 피했다. 선발 역량이 안 되면 다른 보직을 맡겨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주로 선발로 던진 마에다는 올 시즌 경쟁에서 밀려 구원으로 나갔다. 요미우리는 계약 기간 1년, 라쿠텐은 2년을 보장했다.

일부에선 요미우리가 과연 진정성을 갖고 마에다 영입을 고민했는지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그동안 영입이 필요한 선수가 나오면 아베 신노스케 감독이 직접 러브콜을 보냈다. 아베 감독은 지난해 소프트뱅크에서 FA가 된 포수 가이 다쿠야(33) 영입을 주도해 성공했다. 팀 내 포수 자원이 많은데도 일본 최고 포수로 꼽히는 가이를 데려왔다.

또 한신 타이거즈 4번 타자 오야마 유스케가 FA를 신청하자 영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오야마는 도쿄와 가까운 이바라키현 출신으로 요미우리 팬으로 자랐다. 오야마가 고민 끝에 의리를 지켜 한신 잔류를 결정해 요미우리행이 불발됐다. 그런데 아베 감독은 마에다에 대해선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마에다는 라쿠텐과 계약한 후 개인 SNS에 '히로시마로부터 오퍼가 없었다'고 밝혔다. 자신의 실력 부족이 원인이라고 했다. 전력이 도움이 안 된다고 평가한 히로시마가 영입 제의를 안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부 팬들이 히로시마가 마에다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하자 구단을 옹호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편으론 자신이 히로시마행을 거부한 게 아니라는 걸 밝히고 싶었을 것이다.

2007년 1지명 입단. 히로시마에서 '97승'을 올리고, 2016년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메이저리그에서 '68승'을 거둬 미일 통산 '165승'을 기록 중이다. 마에다는 지난해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2년 계약을 했다. 부진이 이어지면서 지난 5월 방출 통보를 받았다. 이후 시카고 컵스, 뉴욕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승격을 노렸으나 실패했다.

여전히 구위가 좋다면 히로시마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많다고 해도 일본리그 수준이 만만찮다. 더구나 히로시마는 선발진이 꽉 차 있다. 젊은 유망주들이 대기하고 있다.

'레전드' 구로다 히로키는 빅리그에서 더 던질 수도 있었지만 2015년 히로시마에 복귀했다. 히로시마로 돌아가 은퇴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그는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거두고, 미일 통산 '200승'을 돌파했다. 2016년 히로시마를 센트럴리그 우승으로 이끌고 은퇴했다. 힘이 떨어져 돌아온 마에다와 달랐다.

구로다는 은퇴 후 히로시마 구단 어드바이저를 맡고 있다. 일부에선 구로다와 마에다가 매끄러운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히로시마가 마에다 영입에 나서지 않은 이유를 설명한다. 구로다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로도 히로시마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마에다는 비시즌 때 히로시마를 찾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 원로 히로오카 다쓰루 전 요미우리 감독(93)은 일본프로야구가 메이저리그에서 실패한 선수들을 재활용하는 곳이 아니라며, 히로시마의 결정을 옹호했다. 메이저리그에서 경쟁력을 잃은 선수가 좋은 대우를 받고 일본에 복귀하는 상황을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케이스가 조금씩 다르지만 구로다와 아오키 노리치카, 아리하라 코헤이 등은 일본으로 복귀해 좋은 활약을 했다. 포스팅을 통해 미국으로 건너간 우와사와 나오유키는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실패해 1년 만에 돌아왔다. 그런데 전 소속팀 니혼햄 파이터스가 아닌 소프트뱅크에 입단했다. 결과적으로 원소속팀이 허락한 포스팅을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이적하는 통로로 활용한 셈이다.

마쓰자카 다이스케, 니시오카 쓰요시 등은 기대했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다나카 마사히데도 명성에 걸맞은 모습을 못 보여줬다. 지난겨울 요미우리로 이적한 다나카는 천신만고 끝에 미일 통산 200승을 달성했다. 아베 감독은 다나카의 기록을 위해 과도하게 기회를 줬다는 비판을 들었다.

마에다는 SNS에 히로시마와 재팬시리즈에서 만나자고 했다. 내년 시즌 마에다가 라쿠텐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