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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54억원 연구능률성과급 두고 ETRI 연구직·행정직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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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직 중심으로 배분…행정 원급 기준 연봉 33%가 성과급"
연구직 중심 노조, 성과급 배분 개선 단체교섭 요구…행정직 반발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국내 최대 규모 정부출연 연구원 중 하나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법정 재원인 연구개발능률성과급(연구 성과급) 배분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1일 ETRI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연구 성과급 재원 54억원 중 51억원 이상이 행정직·실무직 등에 배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구직 중심의 1노조가 현행 성과급 배분 방식을 바꾸겠다고 천명하자 행정직들이 반발하고 있다.
ETRI 내부 수당은 크게 연구수당과 연구 성과급으로 구분된다.
연구수당은 연구 과제·사업에 참여한 연구원들에게만 인건비(직접비)에서 일정 비율 제공하는 것이고, 성과급은 ETRI 예산 '간접비' 총액의 10% 내외에서 우수 연구자와 연구지원인력에게 지급된다.
그러나 과제에 참여한 연구직에게 연구수당이 지급된다는 이유로 그동안 성과급은 행정직에게 지급되는 게 관행처럼 여겨졌다.
ETRI의 지난 3년간 연구 성과급 연간 예산은 평균 54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54억원 중 51억원가량을 연구지원인력(행정직 등)이 가져갔고 연구직에게 배분된 금액은 3억원이 채 되지 않았다.
ETRI 연구직 인원은 2천200여명, 행정지원인력은 500여명이다.
공통 경비 성격의 간접비가 연구원 전반에 사용되지 않고 특정 직군에 몰린 것이다.
연구 성과급이 행정직에 편중되면서 석·박사급이 많은 연구직보다 행정직이 수당을 더 많이 받는 역전 현상도 빚어졌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ETRI 자료에 따르면 연봉 5천만원을 받는 행정직 원급(입사 2.6년) 직원이 연봉의 33%가 넘는 평균 1천700만원을 성과급으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입사 기준 석·박사급이 많은 연구직 원급 직원은 연구수당으로 연봉의 25%인 1천400만원을 수령했다.
이 때문에 젊은 연구직 직원들의 박탈감이 상당하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이같은 실상을 파악한 노조는 연구개발능률성과급 분배 기준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경영진에 단체교섭을 요청했다.
경영진이 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조만간 교섭이 진행될 전망이다.
노조 관계자는 "연구원 내부의 공정성과 신뢰, 그리고 연구직의 가치와 특수성을 존중하는 태도가 제대로 자리 잡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연구 성과급을 법적 근거에 맞게 집행하는 것이 타당하고, 비연구직을 위한 합법적 수당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oungs@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