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돈 문제가 아니다. 악화된 여론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더 큰 문제로 보인다.
사실상의 '보상 없는 FA' 김재환 영입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FA가 아닌데, FA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사나이가 김재환이다. 김재환은 올시즌을 끝으로 두산 베어스와 맺었던 4년 총액 115억원 FA 계약을 모두 소화했다. 다시 FA 신청 자격을 얻었는데, 신청을 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었다.
그리고 김재환이 왜 FA 신청을 하지 않았는지 이유가 밝혀졌다. 4년 전 계약을 할 때, 두산과 우선 협상을 한 뒤 협상이 성사되지 않으면 보류 명단에서 제외해 자유 계약을 풀리는 조항을 삽입했었던 것이다. 비FA 다년 계약이라는 제도가 있기에, 이럴 경우 김재환은 보상 규정 없이 자유롭게 팀을 골라 다년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문제는 꼼수 논란에, 배신 프레임까지 만들어졌다. 프랜차이즈 스타로 좋은 대우를 해준 구단과, 충성심으로 응원을 해온 팬들을 떠나는 과정이 너무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규정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건 규정을 넘어 도의적 문제라며 현재 김재환에 대한 여론은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30일 보류 명단이 발표됐고, 김재환은 공식적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 새 팀과 계약이 가능하다. 그 타이밍에 맞춰 SSG 랜더스가 김재환의 새 행선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SSG는 김재환을 만나기로 했다. 현재까지 김재환에 관심을 적극적으로 보이는 팀은 SSG 뿐이다. 다른 팀들에 문의 결과, 김재환 영입 의사를 보이는 팀은 없다.
FA, 다년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건 조건이다. 계약 기간과 돈이 계약의 모든 걸 좌우한다. 그런데 지금 김재환 영입은 돈 문제가 아닌 상황이 돼버렸다. 잘못했다가는 영입하는 팀도 욕을 먹을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김재환의 배신에, 동참하는 꼴이 될 수 있어서다.
최근 몇 년간 야구 인기가 급상승하며 팬층이 어마어마하게 두터워졌는데, 그러면서 팬심이 구단 운영 등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다. 나이도 많고, 성적이 급추락하는 타자에게 수십억원을 안기며 욕을 먹고 싶은 구단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여론이 싸늘해지면, 김재환 영입을 검토하려던 팀들도 철회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쟁이 붙어야 몸값이 오르는데, 경쟁이 없으면 두산이 제시한 금액보다 훨씬 낮은 금액에 계약을 해야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과연 김재환은 이런 험난한 상황 속에서 새 팀 찾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