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재활군서 본 2군, 분위기 변해…안일한 마인드 바꿔야"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1군에서 뛰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기회를 놓쳐도 아쉬워하는 느낌이 없어서 안타까웠습니다."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친정팀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젊은 후배들에게 뼈 있는 조언을 건넸다.
최근 팀 동료였던 송성문(29)이 '후배들의 간절함이 부족하다'고 발언한 것에 적극적으로 공감을 표하며 달라진 팀 문화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정후는 2일 서울 강남구 라움아트센터에서 열린 2025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 인터뷰에서 키움의 리빌딩 과정과 젊은 선수들의 태도에 대해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그는 '최근 고전하는 키움에 덕담 한마디 부탁드린다'는 말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앞서 키움의 주장이자 올해 최고 타자로 우뚝 선 송성문은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어린 선수들이 1군에서 뛰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간절함이 부족해 보인다"고 따끔하게 지적한 바 있다.
이정후는 이에 대해 "성문이 형 말에 동감한다"며 "제가 있을 때와 2군 문화가 너무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는 신인 시절을 회상하며 "그때는 쟁쟁한 선배들이 많았고, 2군 전력도 강해서 1군에 한 번 올라오는 게 정말 힘들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리빌딩 기조 속에 2군 성적이 특출나지 않아도 기회를 주고 1군 경험치를 먹여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이러한 구단의 육성 방향을 엉뚱하게 받아들이는 선수가 있다는 점이다.
이정후는 KBO리그 마지막 시즌이었던 2023년 부상 재활을 위해 2군에 머물렀던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재활군에 있으면서 2군 분위기가 예전과 너무 달라져 있어서 놀랐다"며 "'2군에 있어도 다시 불러주겠지', '성적을 못 내도 나는 기회를 얻겠지'라는 안일한 분위기가 느껴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1군에 올라왔을 때 조금만 더 절실하게 해서 자리를 잡으면, 그 자리는 십수 년 동안 '내 것'이 될 수 있다"면서 "그런데 기회를 놓쳐도 아쉬워하는 기색이 없고, 1군 엔트리 등록을 당연한 권리처럼 여기는 모습이 보였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정후는 이러한 쓴소리가 팀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야구만 잘하면 정말 대우받기 좋은 시대다. 감독님, 코치님들이 기회를 주실 때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고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개인이 강해져야 팀이 강해진다"며 "프로야구 선수니까 한 만큼 대접받는다고 생각하고, 후배들이 더 간절하게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때 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이었던 키움은 202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2023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리그 꼴찌에 머물렀다.
이정후가 KBO리그 마지막 시즌이었던 2023년 후반기 부상 때문에 전열에서 이탈하자 키움 구단은 '리빌딩' 버튼을 눌렀다.
부상자 속출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며 키움은 반등 계기를 좀처럼 만들지 못했다.
이정후는 "열심히 하는 선수도 많다. 모든 선수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라며 2026시즌 후배들의 분발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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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