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호 끝으로 휴간…"시대적 흐름 이기지 못한 데 따른 결정"
최인호·법정스님 등 장기 연재…소설가 한강이 편집부 근무하기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국내 최장수 교양지인 월간 '샘터'가 무기한 휴간한다.
반세기 넘게 피천득과 최인호, 법정스님 등 당대 유명 문인들의 글과 수많은 독자의 사연을 전해온 유서 깊은 잡지가 활자 매체의 퇴조 속에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할 위기에 놓였다.
출판사 샘터사는 오는 24일 발간될 2026년 1월호(통권 671호)를 마지막으로 월간 '샘터'를 무기한 휴간한다고 10일 밝혔다.
샘터사는 "스마트폰이 종이책을 대체하고 영상 콘텐츠의 수요가 활자 미디어를 월등히 뛰어넘는 시대적 흐름을 이기지 못한 데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샘터는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잡지'를 표방하며 1970년 4월 창간됐다. 당시 창간인인 고(故) 김재순 전 국회의장은 "샘터는 거짓 없이 인생을 걸어가려는 모든 사람에게 정다운 마음의 벗이 될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56년 가까이 샘터가 지면에 전한 독자 사연은 1만1천여 건에 달한다.
수필가 피천득과 소설가 최인호, 아동문학가 정채봉, 법정스님과 이해인 수녀, 장영희 교수 등의 글도 샘터를 통해 독자들과 만났다.
최인호는 자전적 소설 '가족'을 1975년부터 무려 34년간 샘터에 연재했고, 법정스님은 수행 중 사색을 기록한 '산방한담'을 1980년부터 16년간 연재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도 대학 졸업 후 샘터 편집부 기자로 2년간 일한 적 있다.
지금처럼 대중매체가 많지 않았던 1970∼1990년대 초 샘터는 월 판매 부수가 50만 부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어머니에게 편지 보내기' 공모에선 한 달간 1만여 통의 편지가 날아오기도 했다고 샘터사는 전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디지털 기기가 콘텐츠 소비의 주요 창구가 되면서 샘터 역시 다른 종이 매체와 함께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갔다.
1990년대 중반부터 자금난을 겪어온 샘터는 결국 창간 50주년을 앞두고 2019년 한 차례 휴간을 발표했다가 기업 후원과 독자들의 구독 행렬 덕에 고비를 넘긴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구독률과 판매 부수 감소, 이에 따른 수익 악화가 이어지며 6년 만에 다시 한번 휴간을 결정했다.
김성구 샘터 발행인은 "잡지는 휴간에 들어가지만 단행본 발간은 계속 이어간다"며 "물질과 성공만을 따르지 않고 마음가짐과 삶의 태도를 중시하는 샘터의 정신을 계속 지켜나갈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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