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시행령 개정 추진에 우려 입장…"세운4구역 소급 적용 안돼"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울 종묘 앞 재개발을 추진 중인 서울시가 세계유산 보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국가유산청의 관련 법규 개정 움직임에 대해 '과잉 규제'라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시는 11일 입장 자료를 내 "개정안에 담긴 세계유산 보존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기존 도시계획 체계와 충돌하는 '과잉 중복 규제'이자 사실상 중앙정부의 '사전 허가제'"라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종묘 일대 19만4천여㎡를 세계유산지구로 지정하고, 세계유산영향평가의 대상 사업, 평가 항목, 절차 등을 담은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재입법 예고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시는 "높이·경관 등 이미 촘촘한 도시 관리 시스템에 '500m 이내 세계유산평가'를 획일적으로 추가하는 것은 행정 편의적인 이중 규제"라며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시는 국가유산청이 종묘 경관 훼손 우려를 제기한 세운4구역의 경우 이미 정비계획이 고시된 만큼 새 규제를 소급 적용하는 것은 법률상 신뢰보호 원칙을 훼손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시는 "세운4구역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실시하라는 유네스코의 권고는 이해하지만, '세계유산 보호'는 물리적 보호뿐 아니라 주민들의 유산 보호 인식과 지역 지지가 병행돼야 하는 문제"라며 "유네스코의 권고가 국내 법적 절차와 주민의 권리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는 규제 신설로 광범위한 지역의 개발이 묶이게 되면서 주택 공급 지연과 투자 위축 등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도시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시행령 개정안으로 영향받는 사업은 강북지역 5개구, 강남지역 1개구에 위치한 약 38개 구역이다. 세운 2∼5구역은 물론 이문 3구역, 장위 11구역, 장위 15구역 등 강북 지역 재건축·재정비 촉진 사업이 영향받고, 강남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도 영향권에 든다.
시는 "규제로 인해 사업이 무기한 지연되면 그동안 재정비를 기다려온 주민들은 재산권을 직접 위협받을 뿐 아니라 '노후화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 등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유산 반경 500m 이내에는 노후화된 주거 밀집 지역이 많아 일률적 규제로 재개발·재건축이 불가능해지면 주민들은 주거 환경을 개선할 기회를 잃고, 이미 진행 중인 정비사업 공사가 규제로 지연·중단되면 이자와 공사비가 불어나 원주민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이민경 서울시 대변인은 "시민들이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 주변 지역이 낙후된다'는 인식을 갖게 되면 장기적 관점에서 유산을 보호하는 데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행령 개정안의 영향을 면면이 따져 보다 합리적인 제도 개선안이 마련되도록 지속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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