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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너흰 '대한민국의 손흥민'을 건드린 격이야!" 이집트, '국민아들' 살라 언해피 선언에 '집단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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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이집트가 '파라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의 '언해피 선언'에 분노하고 있다.

영국공영방송 'BBC'는 17일, 직접 이집트 수도 카이로로 날아가 살라의 '폭탄 발언'을 접한 이집트 국민의 반응을 살폈다.

'BBC'는 "이집트의 인구는 약 1억2000만명이고, 수도 카이로에만 2천300만명이 거주한다. 리버풀의 인구는 100만명도 되지 않는다"며 "이러한 인구 규모를 비교해 보면, 지난 6일 살라가 리버풀로부터 '버림받았다'라고 주장하는 인터뷰를 했을 때 이집트 전역에서 일어난 분노의 규모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라고 적었다.

'BBC'와 인터뷰한 이집트 대표팀 전 코치 디아 엘 사이드는 "살라의 인터뷰는 이집트에서 '혁명'과도 같았다"며 "이집트 국민의 99%가 살라를 지지하고, 안필드에서 리버풀 팬의 반응을 봐도 그들도 살라를 지지한다는 걸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살라는 3경기 연속 선발명단에서 제외된 리즈전을 마치고 "이 클럽이 나를 버스 밑으로 던져버린 것 같다. 내 마음이 그렇다. 누군가가 모든 책임을 나에게 돌리려고 하는 게 분명하다"라며 "아르네 슬롯 감독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여러 번 말했는데, 갑자기 그 관계가 없어졌다. 이유는 모르겠다. 내가 보기엔 누군가가 나를 이 클럽에 두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내가 세 경기 연속 벤치에 앉았기 때문에 구단이 나에게 한 약속을 지켰다고 말할 수 없다. 용납을 못 하겠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구단은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난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난 이 클럽을 위해 많은 걸 해왔다. 내 자리를 위해 매일 싸울 필요가 있을까? 나는 이미 그 자리를 얻었다. 나는 누구보다 위대한 선수가 아니다. 그저 내 자리를 얻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다. 난 이 팀의 최다 득점자이며 최고의 선수다. 이런 모습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언론과 팬 앞에서 스스로 변호해야 하는 처지다. 정말 마음이 아프다"라고도 했다.

리버풀 전설 제이미 캐러거를 비롯한 축구인, 언론인은 살라의 발언이 팀이 아닌 개인을 생각하는 것이라며 공개 비난을 퍼부었다. 특히 캐러거는 "살라는 리버풀이 안 좋은 결과를 낼 때를 기다려 인터뷰를 했다. 지난 12개월간 두 번이나 클럽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말했다. 감독을 물러나게 하려는 의도를 지녔다고 느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살라는 꼭 1년 전인 지난해 12월에도 재계약 제안을 받지 못했다며 이적을 암시하는 인터뷰로 리버풀을 압박한 바 있다.

하지만 이집트에선 살라의 말이 곧 법이다. 'BBC'와 인터뷰한 카이로 주민 누라 에삼은 "살라가 입단하기 전에 이곳에서 리버풀을 응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살라는 이집트 최초의 세계적인 스타다. 우린 언제나 그를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BBC'에 따르면, 2018년 이집트 대선 당시 100만명이 넘는 이집트 국민이 대선 후보에 들지 않은 살라에게 표를 던졌다. 이집트에선 살라를 '이집트의 왕', '지도자', '제4의 피라미드'라고 부른다고 한다.

오사마 이스마일 이집트축구협회 전 대변인은 살라가 폭탄 발언 이후 명단에서 제외된 10일 인터밀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떠올리며, "리버풀이 밀라노에서 경기할 때, 이집트 전체가 인터밀란을 응원했다"라고 회상했다. 살라는 리버풀에 홀로 남아 훈련하는 사진을 SNS에 올렸고, 리버풀은 도미닉 소보슬라이의 결승골로 1대0 승리했다. 살라는 슬롯 감독과 면담 후 14일 브라이튼전(2대0 승) 엔트리에 다시 포함돼 교체로 출전했다.

살라는 브라이튼전을 마치고 2025년 아프리카네이션스컵 참가 차 리버풀을 잠시 떠났다. 이집트 언론인 아흐메드 가말 알리는 "우리는 살라를 아들처럼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패배는 마치 우리 가족 중 한 명에게 가해진 굴욕처럼 느껴져 큰 충격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살라가 인터뷰를 한 것이 옳았는지 그릇됐는지는 직접 겪어보지 않고선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살라와 같은 선수들, 예컨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같은 선수들의 심리"라고 옹호했다.

이집트 대표팀 역대 최다 득점자이자 이집트 현 대표팀 감독인 호삼 하산은 지난주 살라와 장시간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2010년 이후 16년만의 네이션스컵 우승을 따내기 위해선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살라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살라는 앞서 인터뷰에서 "브라이튼전에선 리버풀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살라가 대표팀에 차출되어있는 동안 그의 에이전트가 리버풀축과 대화를 나눌 것으로 보이는데, 1월 이적시장을 통해 떠나기로 합의한다면, 브라이튼전은 그의 고별전이 된다.

살라가 16세때부터 알고 지낸 엘 사이드는 "잠시 작별하는 것일 뿐"이라며 리버풀 잔류를 단언했다.

'BBC'에 따르면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복수 클럽이 2027년 리버풀과 계약이 끝나는 살라 영입을 위해 주급 40만파운드(약 6억원)를 준비해둔 상태다.

아프리카 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네이션스컵은 오는 22일부터 내년 1월19일까지 모로코 일대에서 열린다. 총 24개팀이 4팀씩 6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르고, 조 1~2위와 성적이 좋은 조 3위 4팀이 16강 토너먼트를 펼친다. 지난 2023년 대회에선 코트디부아르가 우승했다. 이집트가 역대 최다인 7회 우승 기록을 보유했다. 2011년 국대에 데뷔한 살라는 아직 국가대항전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 2017년과 2021년 네이션스컵에선 준우승에 그쳤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