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썩 괜찮은 계약이다. 단, 건강해야 해' 美 ESPN의 냉정한 평가, 애틀랜타의 김하성 1년 계약이 A가 아닌 이유. 건강 물음표 또 붙었다

by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실력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역시 '건강'이 최대 변수다.

건강에 대한 의구심이 김하성의 FA 등급을 A급과 B급의 경계선에 머물게 만든 문제로 드러났다. 미국 현지 매체의 냉정한 평가다. 김하성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맺은 1년-2000만달러(약 294억원)짜리 계약이 'B+'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글로벌스포츠매체 ESPN은 17일(이하 한국시각) 애틀랜타가 오프시즌에 김하성을 1년-2000만달러에 영입한 계약에 대해 'B+'의 등급을 매겼다. 이 매체는 "이는 필연적인 계약이었다. 애틀랜타가 어차피 보 비셋의 영입에 엄청난 지출을 할 생각이 아니라면, 김하성을 영입하는 건 트레이드를 제외하고 유격수 자리를 보강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하성은 지난해 겨울 스토브리그 때 전격적으로 FA를 선언하고 나와 탬파베이 레이스와 2년 총액 3100만 달러에 계약했다. 2025시즌 연봉 1500만달러에 2026시즌 옵트아웃 옵션이 걸린 1600만달러 조건이었다. 이 계약을 할 때 김하성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는 2025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낸 뒤 옵트아웃으로 'FA재수'를 선택해 대박을 터트리려 했다.

그러나 김하성은 올해 기대에 못미쳤다. 마이너리그 재활 과정에서 허벅지 등에 부상이 겹치는 바람에 7월이 돼서야 겨우 빅리그에 돌아왔다. 돌아온 이후에도 종아리, 허리 등에 부상이 겹치면서 두 번이나 부상자명단(IL)에 들어가는 등 기대치에 한창 못 미쳤다. 결국 탬파베이는 김하성을 9월 시작과 함께 웨이버 공시로 내쳤다. 이런 김하성을 애틀랜타가 얼른 낚아챘다.

그나마 애틀랜타에서는 부활의 가능성을 보였다. 김하성은 탬파베이에서는 24경기에 나와 타율 0.214(84타수 18안타) 2홈런, 5타점 5득점, OPS 0.611을 기록했고, 애틀랜타에서는 24경기에서 타율 0.253(87타수 22안타) 3홈런 12타점 14득점 OPS 0.684의 성적을 냈다.

당초 계약 내용대로라면 김하성은 2026년 애틀랜타에서 1600만달러 연봉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김하성은 옵트아웃을 선언하고 FA시장에 뛰어들었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연봉을 400만달러 높이는 효과만 불러일으켰다. 애틀랜타와 2000만달러에 1년짜리 계약을 체결했다. 처음부터 노렸던 '장기계약'이나 '총액 1억달러'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조건이다.

김하성과 보라스는 현재 FA시장에 쓸 만한 유격수 자원이 없다는 점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구단들은 김하성이 뛰어난 수비력과 괜찮은 공격력을 지닌 선수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건강 이슈'에 대해 불안감을 지우지 못했다. 지난해 어깨 수술과 올해 재활 과정이 지체된 점이 결국 김하성의 'FA 대박' 꿈을 가로막은 요인이 되고 말았다.

김하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결국 연평균연봉(AAV) 1000~1200만달러 수준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는 글로벌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스의 보도에서 드러난다. 디애슬레틱스는 이날 '김하성이 장기계약을 거절했다. 애슬레틱스 구단이 4년 총액 4800만달러(약 710억원) 규모의 제안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계약거절은) 보라스 고객들에게서 흔히 나오는 패턴이다. 김하성은 단년 계약을 선택하고 내년에 다시 FA시장에 나올 기회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결국 김하성은 1년 계약을 제안한 애틀랜타의 손을 잡았다. 알렉스 앤소폴로스 애틀랜타 단장이 적극적으로 김하성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앤소폴로스 단장은 '김하성과 장기 계약에 대한 논의를 하기도 했지만, 결국 1년 계약에 합의했다. 김하성에서 내년에 멋진 시즌을 보낸 뒤 더 좋은 조건의 계약을 따내라고 덕담했다'고 밝혔다.

EPSN은 이런 김하성과 애틀랜타의 선택을 'B+'로 평가했다. 이 정도면 서로 간에 괜찮은 계약이라는 뜻이다. ESPN은 "애틀랜타는 올해 닉 앨런을 유격수로 쓰면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김하성은 앨런과 비슷한 수비력에 더 나은 공격력을 지녔다"면서 "건강할 때의 김하성은 MLB 평균 이상의 내야수다. 수비형 유격수로 빠지지 않는다"라고 분석했다.

결국 김하성은 2026시즌에 건강한 모습을 유지하면서 자신에게 달린 '꼬리표'를 떼어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아무런 문제없이 샌디에이고 시절처럼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다면 FA대박이 현실화될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