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에서 침묵한 대신 외국인 선수 구성에 집중
레이예스 재계약·로드리게스·비슬리·교야마 영입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올해 전반기까지 '3강' 체제를 구축했다가 후반기 연패와 함께 신기루처럼 가을야구의 꿈이 사라진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이번 스토브리그는 예상 밖이라는 평이 많다.
김태형 감독 3년 계약 마지막 해를 앞둔 가운데 지갑을 열어 자유계약선수(FA) 영입에 뛰어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오갔지만, 롯데가 선택한 방법은 지갑을 닫는 것이었다.
올 시즌 성적에 실망한 팬들을 달래기 위해서라면 FA 시장에서 선수 한 두 명을 영입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러나 롯데 구단은 당장의 비판을 감수하는 대신, 구단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내실을 다지는 길을 택했다.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고요한 가운데서도 쉴 새 없이 움직인다는 '정중동' 그 자체다.
겉으로 드러나는 소음은 줄이는 대신, 전력의 핵심인 외국인 선수 구성을 알차게 해 내실을 다졌다는 평가다.
롯데는 최근 외국인 투수 엘빈 로드리게스(27)와 제러미 비슬리(30), 아시아 쿼터 투수 교야마 마사야(27)를 영입했다.
또한 올 시즌 KBO리그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은 빅터 레이예스(31)와 재계약해 2026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쳤다.
레이예스는 2024년 타율 0.352에 202안타, 올해 타율 0.326에 187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다.
그러나 두 시즌 통산 28홈런에 그쳐 거포에 목마른 일부 팬들은 교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외부의 목소리에도 롯데 구단은 일찌감치 레이예스와 재계약을 결정했다.
2시즌 연속 전 경기 출장한 그의 프로 의식과 2024년 0.56이었던 볼넷/삼진 비율이 올해 0.88로 상승한 점은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를 키운다.
롯데 구단은 국군체육부대에서 병역을 마치고 돌아온 거포 내야수 한동희가 3루수로 안착한다면 레이예스의 파괴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새롭게 합류한 투수진 면면도 화려하다.
로드리게스는 키 193cm, 체중 97kg의 탄탄한 하드웨어를 갖춘 우완 정통파다.
최고 시속 152km에 달하는 묵직한 직구에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섞어 던진다.
2022년 빅리그에 데뷔해 크게 빛을 보지 못했던 그는 2023년과 2024년 일본프로야구(NPB)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뛰었다.
아시아 야구 경험과 타자들의 성향을 이미 파악하고 있다는 점은 적응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그만의 강점이다.
함께 영입된 비슬리는 강력한 구위로 대결하는 유형이다.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등을 거친 그는 NPB 한신 타이거스에서도 활약하며 아시아 무대를 경험했다.
비슬리의 최대 무기는 평균 150km를 넘는 패스트볼과 타자 앞에서 급격하게 변하는 슬라이더다.
탈삼진 능력이 탁월할 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무대에서 선발과 불펜을 모두 소화해 다양한 상황에 대한 경험도 풍부하다.
아시아 쿼터 카드로 선택한 일본의 교야마 마사야는 '안정감'에 방점이 찍힌 영입이다.
NPB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에서 2017년부터 올해까지 활약한 그는 경험이 풍부하다.
최고 시속 156㎞ 강속구와 포크볼을 구사하는 투수이며, 제구력에 약점을 보여 일본 무대에서는 완전히 자리 잡지 못했다.
롯데 내에서는 윤성빈과 비슷한 유형의 선수다.
불안정한 강속구보다는 낙차 큰 포크볼로 많은 삼진을 잡아내는 유형의 선수다.
이번 롯데의 외국인 선수 영입은 FA 이상의 영입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특히 원투펀치로 활약할 로드리게스와 비슬리는 부상이나 적응 등 변수만 최소화하면 KBO리그 성공 가능성이 큰 유형의 선수다.
이번 겨울 롯데의 노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올 시즌 NPB 한신의 센트럴리그 우승에 기여한 가네무라 사토루 코치를 투수 총괄 코디네이터로 영입해 젊은 투수 육성을 맡겼다.
최근 13년 동안 딱 1번만 가을야구를 경험한 롯데에는 드래프트 상위 순번에서 지명한 '미완의 대기'가 많다.
일본 정상급 투수 지도자를 이들에게 붙여 기량 증가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롯데는 지난 마무리 캠프 훈련량을 늘리고, 형제 구단인 NPB 지바롯데 머린스 캠프에 선수를 파견했다. 대만 윈터리그에서도 일부 선수가 구슬땀을 흘렸다.
수십억원의 몸값이 필요한 FA의 화려한 잔치는 없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치밀하게 계산된 롯데의 조용한 겨울은 내년 시즌을 정조준한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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