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렇게 쿨하게 떠날 수 있다니...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정말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는 선택으로 남게 됐다. 황재균의 은퇴 선언, 황재균다웠다.
KBO리그를 대표한 '호타준족' 3루수 황재균이 유니폼을 벗게 됐다. 황재균은 올시즌 후 3번째 FA 자격을 얻었지만, 계약을 하지 않고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2006년 프로 생활을 시작해 20년을 뛰었다. 큰 부상 없이, 기복 없이 꾸준하게 자기 기량을 펼친 대표적인 선수. '철인'이라는 애칭을 얻을 정도였다. 무려 2200경기를 뛰었다. 최다 출전 기록 역대 7위. 또 2266개의 안타를 쳤다. 안타 역시 KBO리그 7번째로 많은 수다.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도 다녀왔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1년을 뛰었다. 다녀온 뒤에는 KT 위즈와 88억원, 60억원 두 번의 '대박' 계약을 맺었다. 2021 시즌 팀의 통합 우승을 이끌어 '돈값'을 하기도 했다. 황재균이 입단한 후 만년 약체 KT는 강팀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미스터 올스타도,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 수상도 해봤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2020 시즌 21홈런을 친 뒤 배트 스피드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올해까지 두자릿수 홈런을 겨우 채웠다. 장타도 장타지만, 타율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2022 시즌과 2024 시즌 타율이 2할6푼2리, 2할6푼으로 추락했다. 수비에서도 순발력이 떨어졌다. 강견으로 버텼지만, 빠른 타구가 많이 오는 3루에서 젊은 시절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시즌을 앞두고는 '지옥길'을 걸었다. FA 3루수 허경민이 와버렸다. 3루를 내줬다. 여기저기 백업 경쟁을 해야할 처지였다. 하지만 황재균은 포기하지 않고, 엄청난 감량을 해 호주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2루든, 유격수든, 외야수든 경쟁을 해 이기겠다는 의지였다. 그리고 문상철의 부진으로 인해 사실상 주전 1루수로 시즌을 완주했다.
하지만 전성기 시절 기량은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에 KT는 새 외국인 타자 샘 힐리어드를 1루로 기용할 방침이다. 여기에 거포 유망주 안인산을 2차드래프트 1라운드로 데려왔다. 1루 경쟁 포화 분위기.
그래도 FA 신청을 한 황재균을 '미아'로 둘 수는 없었다. 8년간 함께한 식구. 당장 주전은 아니더라도, 황재균의 경험이 필요했다. 그래서 1년 계약을 제안했다. 연봉은 거부하기 힘들 정도로 큰 액수였다.
사실 그냥 돈 받고 1년 더 하면 됐다. 주전 경쟁 욕심내지 않고, 더그아웃 리더로 후배들 기를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세상 일 또 모른다. 내년 1년 좋은 성적을 거두면 계약을 이어갈 희망도 품을 수 있었다.
하지만 황재균은 한시대를 풍미한 스타 플레이어로서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 계약 조건은 '더 이상 팀에 내 자리는 없구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추하게' 마지막까지 버티는 이미지보다 '쿨하게' 떠나는 걸 선택했다. KT 제안을 받고 돈을 올려달라, 이런 협상도 하지 않았다. 계약 기간을 보고, 바로 은퇴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야구와의 멋있는 이별. 하지만 황재균도 사람. 30년을 한 야구를 떠나는 게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황재균은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자필로 쓴 편지에 이어, 구단 공식 영상을 통해 인사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KT는 황재균의 공을 인정해 내년 은퇴식을 열어줄 계획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