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전설' 손흥민(LA FC)이 떠난 뒤 토트넘 홋스퍼 집안 꼴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듯하다.
손흥민의 7번 후계자인 공격형 미드필더 사비 시몬스는 21일(한국시각) 개인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통해 네덜란드 국가대표 동료인 버질 반 다이크(리버풀)에게 가한 태클에 대해 "고의가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시몬스는 "누구나 실수를 한다. 반 다이크는 나의 주장이고, 난 절대 고의로 반 다이크를 비롯한 누구에게 고의로 부상을 입히려고 하지 않았다"며 "내 잘못을 인정한다. 토트넘 팀 동료와 감독님, 그리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라고 공개 사과했다.
시몬스는 이날 영국 런던의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2025~202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7라운드에서 전반 33분 리버풀 주장 반 다이크를 향한 백태클로 퇴장을 당했다. 심판진은 시몬스의 발이 반 다이크의 종아리를 가격한 파울이 퇴장감이라고 판단했다. 축구팬들은 시몬스가 같은 네덜란드 동료인 반 다이크를 부상입히려 했다고 비판했다.
토마스 프랭크 토트넘 감독은 1대2로 패한 경기를 마치고 "시몬스의 반칙이 퇴장감이라고 단정짓긴 어렵다고 본다. 무모하거나 지나치게 강한 반칙은 아니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몬스는 반 다이크를 쫓아가고 있었다. 압박을 가하려다가 방향을 바꿨는데, 불행히 발이 아킬레스건에 닿았다. '좀 더 영리하게 플레이를 했어야지, 그러지 말았어야지'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제 (축구 종목에서)신체 접촉은 아예 허용되지 않는건가?"라며 "만약 3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당한다면, 그것도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무모한 행동도 아닌데 어떻게 3경기 출장정지를 당할 수 있나? 그건 정말 부당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트넘은 전반 33분만에 시몬스가 퇴장한 이후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전반은 수적 열세 속 무실점으로 잘 버텼지만, 후반 11분과 21분 알렉산더 이삭과 위고 에키티케에게 연속 실점했다. 후반 38분 히샬리송의 골로 따라붙었지만, 후반 추가시간 3분 주장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누적경고 퇴장으로 추격의 동력을 잃고 그만 1대2로 패했다. 2연패를 당한 토트넘(승점 22)은 13위로 추락했다. 축구팬들은 '지난여름 토트넘을 떠난 손흥민에게 올해의 탈출상을 수상해야 한다'라고 조크했다.
로메로는 상대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공중볼을 따내려다 뒤에서 달려든 이브라히마 코나테에게 파울을 당했다. 코나테에게 밀려 넘어진 로메로는 분을 못 이겨 코나테의 팔을 발로 찼다. 리버풀의 반칙을 선언한 주심은 로메로의 킥을 보자마자 옐로카드를 내밀었다. 앞서 판정에 대한 항의로 경고를 받았던 로메로는 추가경고를 받아 퇴장했다.
전 토트넘 골키퍼 조 하트는 영국공영방송 'BBC'의 '매치 오브 더 데이'에서 "토트넘은 잘 싸웠지만, 규율이 너무 없었다. 그러한 난폭한 행동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시몬스가 동료 선수에게 고의로 반칙한 건 아니지만, 너무 위험한 행동이었고, 당연히 퇴장감이었다. 난 로메로가 처음으로 옐로카드를 받는 순간부터 추가 경고가 나올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코나테가 로메로를 자극했고, 바로 앞에 있던 주심 존 브룩스가 두번째 옐로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토트넘 선수들은 통제력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라고 비판했다.
로메로는 이번 시즌 전체 1위인 9장의 경고를 받았다. 이는 올 시즌 팀 최다 경고를 기록 중인 토트넘(42회) 전체의 21%에 해당한다. 로메로는 지금까지 EPL 114경기를 뛰어 옐로카드 34장, 레드카드 3장을 각각 받았다. 올 시즌 손흥민으로부터 주장 완장을 물려받은 뒤로도 카드 캡쳐 습관을 고치지 못하고 또 팀에 손해를 끼쳤다. 시몬스와 로메로는 나란히 3경기 이상 출장정지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등이 절실한 토트넘엔 심각한 손실이다.
전 토트넘 미드필더 제이미 래드냅은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로메로가 '로메로' 한 것이다. 심판 바로 앞에서 누군가를 발로차는 건 정말 뻔뻔스러운 짓이다. 내 네 살짜리 아이가 그런 짓을 했다면 '너 뭐하는 거니?'라고 뭐라했을 것이다. 코나테가 살짝 긁긴 했어도 로메로가 그런 식으로 대응하면 안 됐다"라고 했다. 맨유 레전드 게리 네빌은 "멍청하다"라고 쏘아붙였다.
프랭크 감독은 에키티케의 선제득점 과정에서 에키티케가 헤더를 하기 전 로메로의 등을 손으로 미는 반칙을 저질렀다며, "심판이 어떻게 그걸 못 봤는지 이해가 안 된다. VAR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대기심이 제 역할을 했다면 첫 번째 옐로카드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로메로는 자기 일을 한 것"이라고 옹호했다. 프리미어리그측은 에키티케의 선제득점 상황에서 로메로와 에키티케가 "정상적인 접촉"을 했다고 설명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