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지난 대회 '현수'는 잊어라. 이번 대회는 '준영'이 온다.
내년 3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준비중인 류지현호에 '천군만마'가 가세한다. 두 명의 한국계 메이저리거가 합류할 예정이다.
라일리 준영 오브라이언(30·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저마이 존스(28·디트로이트 타이거즈)가 주인공. 특히 오브라이언의 경우 대표팀 뒷문 단속에 최적의 카드로 손꼽힌다.
오브라이언은 한국인 어머니,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 '준영'이란 한국식 미들 네임도 갖고 있다. 메이저리거였던 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재능이 손자에서 폭발했다.
최고 97마일(약 156.1㎞) 직구와 최고 101마일(약 162.5㎞) 싱커를 주무기로 하는 현역 빅리거. 여기에 슬라이더와 낙차 큰 커브가 더해져 한층 더 위력을 더한다.
이전까지 통산 2경기에 그쳤던 그는 세인트루이스로 이적한 지난해 8경기 8이닝을 소화하며 빅리그 맛을 봤다. 올해는 잠재력을 터뜨리며 42경기 48이닝, 3승1패 6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2.06의 호성적으로 '수호신'이라 부를 만한 핵심 불펜으로 거듭났다. 불안한 제구 때문에 삼진보다는 존에 우겨넣고 맞혀잡는 형식의 경기 운영을 펼친다.
오브라이언은 이미 류지현 감독 등 KBO, 대표팀 관계자들을 통해 합류 의사를 전했으며, 소속팀 세인트루이스의 허락까지 받아 WBC 출전이 확실시된다. 이미 지난 WBC에 참여했던 토미 '현수' 에드먼(다저스, 부상 불참)과도 연락을 취했는데 에드먼은 '가능하다면 무조건 나가라'라는 조언을 했다.
한편, 존스 역시 대표팀 합류가 점쳐진다. 올시즌 72경기에 출전, 타율 2할8푼7리(129타수 37안타) 7홈런 23타점을 기록했다.
한국대표팀에는 모두가 원했던 우타 거포가 등장했다. KT 위즈 안현민이 주인공. 안현민은 지난 11월 열린 체코-일본과의 국가대표 A매치 4연전에서 2홈런 3타점을 몰아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포지션도 외야수라 노시환(한화 이글스) 문보경(LG 트윈스) 등 중심 타선을 책임질 선수들과 겹치지 않는다.
앞서 체코-일본을 상대로 치른 지난 11월 K-베이스볼시리즈에서 드러난 대표팀의 아킬레스건은 마운드였다.
타선은 안현민 신민재(LG) 송성문(키움 히어로즈) 김주원(NC 다이노스) 등을 중심으로 힘을 과시했다. 두번의 일본전에서 모두 선취점을 올렸고, 장타력까지 선보이며 분위기를 잡았다. 본 대회 때는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김혜성(LA 다저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존스 등의 합류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마운드는 과제를 남겼다. 김택연(두산 베어스) 오원석(KT) 이로운 조병현(SSG 랜더스) 김영우(LG) 배찬승(삼성 라이온즈) 김서현(한화) 등 리그를 대표하는 강속구 영건들이 총출동했지만, 마운드는 일본 타선의 추격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소나기 볼넷으로 주자를 쌓은 뒤 적시타를 맞으며 폭풍 실점이 이어졌다. 2015 프리미어12 준결승전 이후 10년째 한일전 전패(10연패), 2013년 3회 대회 이래 3연속 WBC 1라운드 탈락에 좌절했던 대표팀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마운드에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
일단 류지현호는 안현민과 존스 덕분에 오랜 고질병이었던 '좌편향' 타선에선 탈피할 전망.
오브라이언이 합류할 불펜이 안정화 된다면, 2009년 이후 16년만의 WBC 2라운드 진출을 기대할 만하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