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대한민국과 멕시코 축구대표팀이 2026년 북중미월드컵에서 맞대결이 예정된 가운데, 한 멕시코 매체가 전 멕시코 공격수 콰우테모크 블랑코(52)의 '개구리 점프'를 재조명했다.
'ESTO'는 21일(한국시각), ''콰우테미냐', 한국을 모욕한 블랑코의 플레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블랑코가 한국을 상대로 선보인 기술과 그에 따라 한국 국민들의 들끓었던 반응을 전했다.
이 매체는 "멕시코와 한국은 최소 63년간 외교적으로 형제적 관계를 유지했다. 문화, 음식, 사회 환경, 그리고 물론 스포츠를 통해 독특하고 견고한 유대감을 형성했다"며 "이러한 관계는 축구 선수 블랑코로 인해 잠시 균열이 생겼다"라고 밝혔다.
민수이 주멕시코 한국문화원 공보비서관은 'ESTO'와의 인터뷰에서 "경기 결과와는 별개로, 한국 국민은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블랑코의 행동에 분개했다. 한국 국민은 그 행동을 한국 팀이 아무런 잘못도 없는 무고한 팀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명 '개구리 점프'는 한국과 멕시코의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후반 12분쯤 등장했다. 한국은 하석주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리카르도 펠라에스가 동점골을 터뜨리며 1-1 균형을 유지했다.
'ESTO'는 "바로 그 순간, 한국 진영 왼쪽 측면 터치라인 부근에서 블랑코는 이상윤 이민성에게 포위당한 상태였다. 적어도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 생각했다"며 "블랑코는 공을 발목 사이에 끼운 후, 모두를 놀라게 하는 점프로 두 선수를 빠져나갔다"라고 조명했다.
이어 "멕시코는 결국 3대1로 승리했지만, 블랑코의 이 행동은 경기를 결정짓는 상징적인 장면이 되었다. 한국 선수들은 이를 조롱으로 받아들였다"라고 적었다.
민수이 비서관은 "나중에 알고보니 '콰우테미냐'는 월드컵에서 돋보이기 위한 오랫동안 연마한 기술이었다고 하더라. 그런데 재밌는 건 한동안 사람들이 '블랑코는 한국의 적'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블랑코는 멕시코시티 아스카포찰코 틀라틸코의 한 주택 단지에서 축구를 할 때 배수구에서 공을 꺼내던 습관에서 비롯된 기술이라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한국과 멕시코는 20년만인 2018년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다시 만났고, 조롱을 당한 한국이 멕시코의 16강 진출을 도왔다. 멕시코는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스웨덴에 0대3 참패를 당했고, 한국은 손흥민의 추가골로 독일을 2대0으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멕시코 팬들은 주한 멕시코 대사관과 외교부를 비롯해 독립기념관과 소칼로 광장을 찾아 손흥민을 극찬하는 배너를 펼쳤다.
민수이 비서관은 "멕시코인들은 소셜 미디어와 각종 행사에서 상호 애정의 물결을 일으켰다. 더 나아가, 우리는 가족 존중과 문화에 대한 열정 등 공통된 가치를 공유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의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더욱 강화시켜준다. 당시 한국인들은 한국이 멕시코를 도왔는데, 멕시코가 (스웨덴전 승리로)화답하지 않은 것에 대해 슬프고 실망스럽고 믿기 어려워했지만, 토트넘의 소셜 미디어를 보면 멕시코 사람들이 손흥민을 통해 멕시코식으로 축하하는 걸 볼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한국과 멕시코는 19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아크론 스타디움에서 A조 2차전을 펼칠 예정이다. 두 팀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유럽 플레이오프 D그룹 승자와 32강 진출권을 다툰다.
블랑코는 6일 월드컵 조 추첨식을 마치고 한 스포츠 방송 '폭스 스포츠' 멕시코판과의 인터뷰에서 "멕시코가 쉽게 (32강)토너먼트에 진출할 것으로 보이는 대진"이라며 "한국이 (멕시코의)유일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을 무시해선 안된다. 90분 내내 쉬지 않고 뛰어다니기 때문에 멕시코가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은퇴 후 정계에 뛰어들어 2024년 연방 하원 의원에 당선된 블랑코는 "한국의 축구 스타일은 특유의 속도 때문에 하비에르 아기레 멕시코 감독에게 더 까다로울 수 있다"며 "한국이 멕시코를 놀라게 할 수 있지만, 우리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라고 말했다.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