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한화 이글스와 투수 엄상백의 4년 78억원 계약은 끝내 최악의 투자 사례로 남을 것인가.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공격적인 투자를 결심했다. 신구장에서 맞이하는 첫 시즌. 최소 가을야구를 목표로 움직였다. 류현진과 문동주 외에도 확실한 선발투수 한 명이 더 필요하다 판단했고, 한화는 엄상백과 손을 잡았다.
엄상백은 KT 위즈 시절인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선발진의 상수로 활약했던 선수다. 2022년은 33경기, 11승2패, 140⅓이닝, 평균자책점 2.95를 기록하며 선발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예비 FA 시즌이었던 지난해는 평균자책점이 4.88로 높은 편이긴 했지만, 156⅔이닝을 던지면서 13승(10패)을 수확했다.
한화는 어차피 엄상백을 에이스로 기용하기 위해 78억원을 투자한 게 아니었다. 매우 안정적인 5선발 역할만 해주면 더 바랄 게 없었다.
엄상백은 FA 계약 첫해 한화의 기대를 전혀 충족시켜 주지 못했다. 선발 등판한 16경기에서 1승7패, 65이닝, 평균자책점 7.06에 그쳤다. 피안타율은 0.323, 피출루율은 0.406에 이르렀다. 경기 운영이 안 되는 게 당연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고심 끝에 엄상백을 불펜으로 돌렸다. 어쨌든 구단이 큰돈을 들인 선수기에 가을야구에라도 어떻게든 활용해 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엄상백은 불펜 등판한 12경기에서는 1승, 1홀드, 15⅔이닝, 평균자책점 4.60을 기록했다. 필승조로는 쓸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한화는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고, 엄상백은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승선했다. 엄상백은 플레이오프 2차전에 구원 등판해 ⅔이닝 2실점에 그친 뒤로 더는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는 아예 제외됐다. 전력 외로 분류된 것.
여러모로 자존심 상하는 시즌을 보낸 엄상백은 겨우내 숱한 소문을 들어야 했다. 한화가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엄상백을 풀면서 몸집 줄이기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또 다른 고액 FA였던 내야수 안치홍(키움 히어로즈)만 정리가 됐다.
엄상백은 한화에서 2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내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김경문 감독의 마음을 되돌릴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1군에서 아예 기회가 없는 상황에 놓일 위기다.
외국인 원투펀치와 류현진과 문동주를 제외하면 선발 로테이션에는 딱 한 자리가 남는다. 내년부터 아시아쿼터제가 도입되는데, 한화는 일본프로야구(NPB) 2군에서 선발투수로 활약하던 대만 출신 좌완 왕옌청을 영입했다.
한화는 왕옌청과 10만 달러(약 1억4000만원)에 계약했다. 엄상백의 몸값과는 비교할 수 없는데, 잠재력 면에서는 왕옌청이 현재는 더 기대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왕옌청은 좌완인데도 최고 구속 154㎞ 빠른공을 지녔고,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삼는다. NPB 이스턴리그(2군) 통산 성적은 85경기 343이닝, 20승11패, 평균자책점 3.62, 248탈삼진이다.
엄상백은 왕옌청 외에도 정우주, 황준서 등 한화가 자랑하는 젊은 유망주들과도 경쟁을 펼쳐야 한다. 한화는 새로 계약한 왕옌청에게 처음에는 기회를 주려고 할 것이기에 엄상백은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이다.
엄상백은 다시 한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고, 한화는 78억원 계약이 최악의 투자 사례로 남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엄상백과 한화 모두 무거운 숙제를 떠안았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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