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러니 다들 키움에 가고 싶어하지...
키움 히어로즈는 3년 연속 꼴찌를 했다. 내년도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안그래도 하위권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안우진은 어깨 부상으로 복귀가 늦춰지게 됐고 송성문이 메이저리그로 떠난다. 투-타 핵들이 정상이 아니거나 빠진 상태로 시즌을 치러야 한다. '외국인 로또'가 터지지 않으면 또 최하위가 유력한 분위기다.
하지만 이런 최악의 분위기에도 키움은 젊은 유망주들에게 '가고 싶은 팀' 1등이다. 실제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200만달러(약 30억원) 제안을 받은 드래프트 최대어 박준현이 막판 방향을 틀어 7억원 계약금을 받고 키움에 입단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어릴 때부터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고,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이 가능한 팀은 키움이라 인식이 박히고 있기 때문이다.
송성문까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떠난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백업에 그치던 선수의 인생 대역전 드라마다. 중요한 건 그 선수의 도전을 키움이 지지했다는 것이다. 6년 120억원 전액 보장 다년 계약을 체결했지만, 선수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하면 이 계약은 파기하는 조건이었다. 선수측에는 엄청난 호재였다.
벌써 6번째 포스팅 성공이다. 강정호-박병호-김하성-이정후-김혜성에 이어 6번째 키움 출신 빅리거가 탄생했다. 어린 유망주들은 '나도 키움에서 열심히 하면 저 길을 밟을 수 있다'는 꿈을 키울 수 있다. 특히 전력이 약하다는 게 유망주 선수들에게는 오히려 동기부여가 된다. 이전과 달리 메이저리그에 대한 문턱이 많이 낮아진 상황이다. 그만큼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지기도 했고, 여러 통로로 많은 메이저리그 문화를 접하기도 한다. 젊은 세대들은 그에 대한 두려움도 줄었다.
다만,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맨 땅에 헤딩'하는 것에 대한 걱정은 아직도 크다. 그래서 '시작부터 도전하자'는쪽과 'KBO리그에서 성공을 하고 가자'는 쪽으로 노선히 완전히 나뉜다. 최근에는 바로 미국에 건너가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며, KBO리그를 거치고 미국에 진출하는 것이 낫다는 쪽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는데 그 중심에 키움이 있는 것이다.
전력이 두터운 팀에 가면 당장 1군에 들어가는 것도 힘든데, 키움에서는 조금만 눈에 띄면 당장 주전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포스팅 도전까지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실제 올시즌 키움은 고졸 신인 어준서가 사실상 주전 유격수로 한 시즌을 소화했다. 어준서가 굉장히 뛰어나다기보다, 그만한 선수가 없는 현실의 반영이었다.
또 다른 팀들은 당장 순위 경쟁이 바쁘다. 선수를 육성해 큰 무대로 보낸다는 것보다, 당장 팀에 도움이 될 수 있고 향후에도 팀을 이끌어줄 것에 초점을 맞춘다. 선수들이 처음부터 메이저리그보다 'FA 대박'에 초점을 맞춰 야구를 한다. 반대로 키움 유망주들은 선배들의 전례를 보며, 메이저리거가 되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한다.
김하성, 이정후까지는 그런가보다 했다. 두 사람은 확실히 뛰어난 재능이었다. 무조건 메이저리그에 갈 줄 알았다. 그런데 김혜성과 송성문까지 가니, 이건 '키움 효과'라고밖에 해석할 수가 없다. 지키기 힘든 팀 성적, 떠나는 스타에 줄어들 수밖에 없는 팬들의 충성도 등 문제가 있지만 분명한 건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은 선수들에게 키움은 최고의 팀이 됐다는 것이다. 선수를 보내 벌어들이는 막대한 보상금은 구단에 큰 이익이고 말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