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어쩌면 김도영(KIA 타이거즈)은 2026년 커리어의 전환점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너무도 많은 것이 걸려 있는 시즌이다.
김도영은 지난해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141경기 타율 0.347(544타수 189안타), 38홈런, 40도루, 109타점 맹활약으로 생애 첫 MVP를 품었다. 1억원이었던 연봉은 올해 5억원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역대 프로 4년차 연봉 최고액이었다.
정점을 찍자마자 바닥을 찍었다. 개막전부터 햄스트링을 다치면서 꼬였다. 올해만 왼쪽과 오른쪽 햄스트링을 번갈아 3번이나 다쳤고, 재활만 하다 한 해가 다 지나갔다. 30경기 밖에 뛰지 못한 채 시즌을 접었다. 2022년 프로 데뷔 이래 한 시즌 최소 경기 출전이었다.
당연히 다음 시즌 연봉 삭감은 불가피하다. 김도영도 본인이 삭감 대상자인 것은 충분히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연봉 협상 테이블 만큼은 구단이 갑일 수밖에 없다.
다만 KIA는 김도영이 다음 시즌 전력을 좌우할 핵심 선수인 만큼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선을 찾는 것이 중요할 전망. KIA는 이번 FA 시장에서 주전 유격수 박찬호(두산 베어스)와 4번타자 최형우(삼성 라이온즈)를 놓치면서 타선이 매우 헐거워졌다. 다음 시즌 김도영의 활약이 매우 중요해졌다. 좋은 자극이 될 정도, 하지만 사기가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삭감 폭을 고민할 것이다.
김도영 개인적으로는 2026년이 커리어의 진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일단 건강을 증명하는 게 최우선이고, 건강하다면 3루수에서 유격수로 전환이 가능한지 시험하는 한 해가 될 예정이다.
김도영은 고교시절 특급 유격수로 평가 받았지만, KIA에 입단했을 때는 박찬호가 버티고 있어 유격수로 출전 시간을 늘리기 어려웠다. 3루수로 전향했고, 프로 3년차였던 지난해 타격이 폭발하면서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듯했다.
박찬호를 떠나보낸 KIA로선 김도영의 유격수 전환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내년에 유격수로 바로 풀타임을 뛰게 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
내년을 과도기로 봤을 때 부담을 나눌 선수가 필요해 아시아쿼터로 호주 국가대표 유격수 출신 재러드 데일을 검토하며 대책을 마련해 뒀다.
김도영은 내년 3월에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의지가 강하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이는 무대.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는 김도영으로선 당연히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일단 다음 달 사이판에서 진행하는 1차 WBC 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건강만 증명하면 최종 엔트리까지는 무난히 승선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9월에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 역시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금메달을 획득해 병역 혜택을 받으면 메이저리그 도전 시기를 훨씬 앞당길 수 있기 때문.
김도영은 지난해 MVP를 차지한 이후 이미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선수다. 내년 WBC가 조금은 이른 메이저리그 쇼케이스가 될 전망. WBC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 아시안게임 출전이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이 많은 과제를 성공적으로 다 해내려면 결국 건강을 증명해야 한다. 김도영은 지난 8월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이후 재활에 전념하면서 부상 재발 방지를 위한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겨울에도 휴식 없이 운동에 매진하고 있다는 후문.
김도영이 없는 올해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는 썰렁했다. KBO가 역대 최다인 1200만 관중을 돌파하며 흥행가도를 달릴 때 KIA만 지난해 대비 홈관중 수가 줄어드는 충격적 현상을 목도해야 했다.
과연 '슈퍼스타' 김도영이 2024 MVP 버전의 위력을 되찾으며 다시 광주에 야구 열기를 끓어오르게 만들 수 있을까.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