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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명 대피' 청주 산부인과 화재 시설과장 항소심서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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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업자 징역 1년 6개월→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청주=연합뉴스) 박건영 기자 = 3년 전 산모 등 122명이 대피했던 '청주 산부인과 화재 사고'를 유발한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시설 관리자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청주지법 형사항소1-2부(이진용 부장판사)는 업무상 실화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시설과장 A씨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또 업무상 실화, 전기공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전기업자 B씨에게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22년 3월 29일 오전 10시께 청주의 한 산부인과 1층 주차장 천장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신생아, 산모, 병원 직원 등 122명이 다급히 대피했고, 신생아 등 45명이 연기를 마시거나 놀라 병원으로 이송됐다.
불은 산부인과 건물과 바로 옆에 위치한 모텔 일부를 태워 총 20억2천여만원의 재산 피해를 낸 뒤 3시간여만에 꺼졌다.
화재 감식 결과 불은 B씨가 시공을 맡았던 1층 주차장 천장 수도배관 열선 말단부에서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A씨가 전기공사업자로 등록되지 않은 B씨에게 1층 주차장 수도배관 열선 공사 시공을 맡겼고, 시공 미완료로 안전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임의로 열선을 콘센트에 꽂아 화재를 유발했다고 보고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 역시 산부인과 화재가 이들의 과실로 인해 발생했다고 보고 A씨와 B씨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시공을 맡았던 수도배관 열선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이들의 과실로 인해 불이 났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수사기관은 B씨가 안전성이 검증된 열선 대신 자체 제작한 자재를 활용해 공사를 한 탓에 불이 났다고 봤지만, 이 자재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라는 증거가 없다"며 "또 일반적으로도 B씨처럼 열선을 자체 제작해 설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사정에 더해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조차 화재 원인을 특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B씨의 과실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씨 역시 B씨가 자격을 갖춘 전기사업자인지 살피지 않고 시공을 맡긴 사실은 인정되나, B씨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A씨의 주의의무와 화재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또 A씨가 공사를 맡은 B씨에게 열선 작동 여부를 문의해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받은 점 등에 미뤄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B씨의 경우 전기공사업을 등록하지 않은 채 전기 공사를 한 혐의(전기공사업법 위반 등)는 인정된다고 일부 유죄를 선고했다.
pu7@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