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엄청난 오버페이 계약이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FA로 시장에 나간 유격수 김하성을 다시 붙잡으며 지출한 금액은 2000만달러(약 296억원)였다. 1년짜리 계약이다. 김하성과 원래 계약에서 보장돼 있던 1600만달러보다 400만달러를 더 지출한 셈이다.
메이저리그 구단 차원에서 보자면 2000만달러는 그리 큰 금액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구단 경영의 틀에서 볼 때 애틀랜타가 김하성을 다시 붙잡으며 2000만달러나 지출한 건 지나친 오버페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매체 스포팅 뉴스가 애틀랜타의 현명하지 못한 판단을 비판했다. 이 매체는 22일(한국시각) '애틀랜타는 김하성에게 너무 큰 오버페이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다른 전문매체인 블리처리포트에 팀 켈리가 기고한 글을 인용해 '애틀랜타는 여러 계약으로 여러 포지션을 채웠지만, 모든 계약이 다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면서 '애틀랜타가 김하성과 단 1년만 계약하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프리미엄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엄청난 오버페이로 평가된다'고 보도했다.
애틀랜타는 2025시즌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서 4위(76승86패)에 머물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스토브리그에서 적극적으로 선수들을 끌어모으는 중이다. 레이셀 이글레시아스와 계약을 연장한 데 이어 외부에서 로버트 수아레스와 김하성을 영입했다.
김하성은 2025시즌 9월 시작과 함께 전 소속팀 탬파베이 레이스로부터 웨이버 통보를 받았다. 어깨 수술 이후 재활 과정이 원활치 못했고, 7월 복귀 이후에도 종아리와 허리 등에 잔부상이 이어지며 두 번이나 부상자 명단(IL)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탬파베이 팀내 최고연봉자(1500만달러)에 전혀 걸맞지 않은 모습이었다. 24경기에서 겨우 타율 0.214(84타수 18안타) 2홈런 OPS 0.611에 그쳤다. 탬파베이는 김하성의 부활을 기대하며 지난 겨울 2년-3100만달러에 FA로 영입했지만, 실패를 자인하며 채 한 시즌도 치르지 않고 웨이버 공시했다.
그러나 김하성은 방출 통보 이후 극적으로 기회를 얻었다. 유격수 포지션이 취약한 애틀랜타가 김하성을 데려갔다. 김하성은 애틀랜타에서 잠깐이나마 건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여전히 전성기의 기량을 회복하진 못하고 있었다. 애틀랜타에서 24경기에 출전했는데 타율 0.253(87타수 22안타) 3홈런 12타점 OPS 0.684에 그쳤다.
수치상으로 따져보면 탬파베이 때보다 약간 나아졌다고 볼 수 있는데, 그렇다고 확 좋아진 건 아니다. 여전히 공격력 면에서 공백 여파가 크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김하성은 2025시즌을 마친 뒤 애틀랜타의 품을 과감히 떠났다. 보장돼 있던 2026년 연봉 1600만달러를 포기하고, FA시장에 나갔다. 올해 FA시장에 유격수 자원이 희박하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장기 계약을 노렸다. 최소한 평균연봉(AAV) 2000만달러 이상을 기대했다.
그러나 MLB구단들은 김하성의 피지컬에 여전히 물음표를 달고 있었다. 계약이 쉽게 성사되지 못했다. 애슬레틱스 구단이 4년-4800만달러를 제시했지만, 김하성은 이에 만족하지 못했다. 결국 애틀랜타와 1년 계약을 맺고 내년 겨울 'FA 3수'를 노리는 방법을 택했다. 2026시즌에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야만 성공할 수 있는 도박이다.
이 계약에 관해 켈리는 '애틀랜타는 상당한 오버페이를 했다. 애틀랜타가 보 비셋까지 노릴 수 있던 점을 고려하면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라고 지적했다. 애틀랜타가 김하성의 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했다는 뜻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