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남자프로농구 원주 DB가 설욕에 성공하며 안양 정관장에 재를 뿌렸다.
DB는 25일 안양 정관장아레나에서 벌어진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정관장과의 원정경기서 69대63으로 승리했다.
14승10패를 기록한 DB는 정관장과의 격차를 1.5게임으로 줄였고, 4연승에 실패한 정관장은 공동 2위에서 3위(16승9패)로 내려앉았다.
경기 시작 전, 두 팀의 분위기는 은근히 달랐다. 꾸준한 선두 추격의 고공 행진에 3연승 중인 정관장의 유도훈 감독은 미소를 머금은 반면, 김주성 DB 감독의 표정엔 비장감이 묻어났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DB에게 지난 2라운드 정관장과의 맞대결은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경기였다. 63대84, 21점 차 패배는 DB가 올시즌 겪은 패패 경기 점수 차 가운데 최다였다.
하지만 당시 강상재 정효근이 부상으로 빠진 경기여서 DB로서도 정상적인 패배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2라운드 때와 달리 부상 이탈이 없는 만큼 대패를 복수의 뜻을 내비친 김 감독은 "최근 경기 내용을 보면 근소한 점수 차로 승패를 반복하는 패턴을 보인다"면서 "집중력이 차이 때문이다. 특히 리바운드 1~2개에서 승패가 갈린다. 선수들에게 강한 집중력을 요구했다"라고 설욕을 다짐했다.
그렇다고 정관장도 투쟁심이 덜할 이유가 없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시즌 최다 관중(5354명)이 보는 앞에서 4연승 축포를 쏘아야 하기도 하거니와, 시즌 첫 연승을 질주할 때 처음으로 제동을 건 이가 DB였다.
더구나 두 팀은 지난 시즌 마지막 6강 티켓 1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며 신흥 '라이벌'로 떠오른 사이였으니 경기 전부터 혈투를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정관장과 DB는 초반부터 만원 체육관을 함성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1쿼터 중반까지 정관장이 12-6으로 앞서갔지만 DB가 강상재 김보배의 절묘한 합작을 앞세워 순식간에 역전에 성공 19-15로 쾌조의 스타트에 성공했다. 정관장은 1쿼터 15득점을 3점슛 5개로만 올리는 진기록을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DB가 포스트업을 허용하지 않는 수비에서 집중력이 강했음을 의미했다.
2쿼터 정관장의 추격, 외국인 조니 오브라이언트와 브라이스 워싱턴이 교대로 추격의 선봉에 서며 32-32,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채 전반 종료에 성공했다. 3쿼터 DB의 재반격, 체력을 비축하고 돌아온 헨리 엘런슨이 혼자서 10점을 담당하고, 이선 알바노가 에너지 레벨을 끌어올렸다. 정관장이 추격하려고 하면 DB는 이용우 박인웅의 외곽슛으로 응수했다.
56-48, 이날 최다 점수차로 4쿼터를 맞은 DB는 상대의 맹추격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으며 승기를 끝까지 지켜냈다. 김 감독의 바람대로 리바운드,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한 덕이었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는 대구 한국가스공사가 수원 KT를 83대75로, 고양 소노는 현대모비스를 74대64로 물리쳤다. 안양=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