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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소년 '이 백신' 접종하면, 여성 35만명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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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사춘기 초반 아들을 위한 부모의 선택이 훗날 여성들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름 아닌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 접종이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 박소영·임현아·아바 B. 구멜 교수 연구팀은 최근 이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수리생물학 회보(Bulletin of Mathematical Biology)'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소녀뿐만 아니라 10대 초반 소년들이 HPV 예방 접종을 할 경우 매년 전 세계적으로 35만명의 여성이 자궁경부암으로 목숨을 잃을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자궁경부암의 90% 이상은 HPV 감염으로 발생하며, HPV는 여성의 질·외음부암, 남성의 음경암, 남녀 모두의 항문암과 구강·인후암을 유발할 수 있다. 피부 접촉으로 전염되며 대부분 증상이 없어 감염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의사들은 HPV 백신 접종을 권장한다. 바이러스는 수년간 잠복하다 암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효과적인 접종 시기는 면역 반응이 강한 11~12세로 두 차례 맞는 것이 이상적이다. 15세 이후에 접종을 시작하면 세 차례 접종이 필요하다.

미국 질병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7세 미국인 소녀의 70.1%가 HPV 백신 접종을 완료했고, 82.4%는 최소 1회 접종을 했다. 소년들의 경우 66.2%가 접종을 마쳤으며, 81.1%가 1회 이상 접종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나라는 HPV 백신 접종률이 낮은 수준이다.

한국 여성 18~79세 여성의 접종률은 약 34%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2세 여성 청소년 기준 1차 접종률은 약 50% 수준을 보이는 반면 10대 남성 청소년의 접종률은 한자리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정부는 만 12~17세 여성 청소년과 만 18~26세 저소득층 여성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무료 접종을 하던 사업을 2026년부터 12세 남성 청소년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연구진은 남아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여성만 접종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집단 면역을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구멜 교수는 "남아 접종은 여성 대다수를 접종해야 하는 부담을 줄여주며, HPV 박멸을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