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년 만에 가장 많은 공개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밖으로는 다자 외교무대에 데뷔하는 등 외교 접점을 확대하고, 안으로는 정치·군사·민생 분야의 5개년 계획 목표 달성을 곳곳에서 독려하는 등 바쁘게 움직인 결과로 해석된다.
28일 통일연구원의 '김정은 공개활동 보도분석 DB'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관영매체에 공개된 김 위원장 활동은 118회로 집계됐다.
연구원이 아직 집계하지 않은 이달 27일까지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에 보도된 일정까지 더하면 총 131회에 달했다.
이는 작년(127회)보다 소폭 늘어난 빈도로, 김 위원장은 2016년(131회) 이후 9년 만에 가장 활동적인 한 해를 보냈다.
통일연구원 DB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수는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에 55회로 가장 적었고 이후 증가 추세다.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을 성격별로 구분하면 행사 참석(22회), 현지지도·현지요해(21회), 군사부문(20회)에 집중됐다.
같은 기준을 적용해 이달 27일까지 활동을 반영한 결과도 마찬가지로 행사 참석(30회), 현지지도·현지요해(23회), 군사부문(21회) 순으로 나타났다.
도농 격차 해소를 목표로 추진 중인 '지방발전 20×10' 정책에 김 위원장이 역점을 기울이면서 관련 지방공업공장, 병원 등의 준공식 등 행사에 참석하고 공사 현장을 직접 찾아 지도하거나 시찰하는 내용의 행사가 많았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사일 발사훈련·구축함 진수식 참관 등 '군사부문' 공개일정은 21회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작년의 31회와 비교하면 빈도가 줄었다.
9월 중국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전격 참석해 국제사회를 놀라게 한 김 위원장은 올해 '정상회담' (통화 포함) 일정을 이례적으로 5건이나 소화했다.
김 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전화 통화 1차례를 포함해 총 2차례 정상간 대화를 했다. 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도 회담한 바 있다.
이밖에도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 등 외국 고위인사나 외교 사절 등을 접견한 일정이 10회(면담·보고 포함) 있었다.
특히 쇼이구 서기와 면담은 올해 3차례나 진행돼 작년 6월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 이후 파병으로 이어진 동맹관계를 과시했다.
공개활동 분석 결과를 보면 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가장 많이 수행하며 최측근의 지위를 굳힌 인물의 윤곽이 드러난다.
11월말 기준 통일연구원 DB에 따르면, 올해 김 위원장의 공개 일정에 가장 많이 동행한 인물은 조용원 당 조직비서(22회)로 집계된다.
조용원은 올초 약 2달 동안 북한 관영매체 보도에서 사라지면서 한때 신병 이상설이 돌기도 했으나 연말 기준으로는 건재함이 확인됐다.
군 서열 1위인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19회로 2위였고 노광철 국방상(11회), 김재룡 당 규율조사부장(11회), 박태성 내각총리(10회) 등이 뒤를 이었다.
김 위원장의 '예비 후계자'로 주목받는 딸 주애는 통일연구원 DB에서 수행원으로 집계되지 않았다. 주애는 9월 방중 당시 김 위원장과 전격적으로 동행해 국제사회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주애에 대한 의전도 지속 격상되는 가운데 이달 들어서도 군사분야 현지지도나 시찰, 지방발전정책 행사 등 주요 일정에 김 위원장과 밀착 동행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통일연구원은 2012년 이후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에서 공개되는 김 위원장의 모든 대내외 활동을 공개활동으로 집계해 성격, 장소, 수행자 등을 기준으로 분류한 공개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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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