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변방 딱지 뗐다…이탈리아·스페인 국채 금리 16년만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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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재정 위기 이후 16년 만에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수익률이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달 중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와 독일 국채와의 금리 격차가 0.7%포인트(p)까지 좁혀지며 2009년 이후 최소치를 나타냈다.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역시 독일 국채와의 금리 격차가 유럽 재정 위기 이전 수준인 0.5%p 미만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유럽 국가 국채의 경우 대표적 안전 자산인 독일 국채와의 금리 스프레드가 작을수록 안전 자산으로 인식된다.
이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와 함께 'PIGGS'로 불리며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집단) 재정을 위협하던 2009년과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당시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막대한 국가채무에 시달렸으며 이 때문에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유로존의 해체 우려까지 대두했다.
그러나 현재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재정 긴축을 추진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반면 프랑스 등 다른 유로존 국가들은 부채가 점점 커지고 있어 상황이 역전됐다.
투자자들은 스페인의 개선되는 경제 전망과 이탈리아의 정치적으로 안정된 정부가 시행하는 신중한 재정 정책을 이들 국가의 재정 위험 감소 요인으로 꼽는다.
지난달 나온 스페인 중앙은행 전망에 따르면 스페인의 재정 적자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2.5%로 5년 연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에는 2.3%로 올해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탈리아의 경우는 2023년 GDP 대비 7.2%였던 재정 적자가 올해는 3%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펀드 매니저들은 남유럽 경제가 전반적으로 호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를 높게 평가하며, 이 두 국가를 유로존의 위험한 '변방'으로 분류하는 것은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반면 과거 유럽 재정 위기 당시 유로존을 안정시키던 프랑스와 독일은 상황이 어려워졌다.
프랑스는 불어난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시도가 정치적 위기로 번져 여러 차례 정부가 붕괴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향후 수년 안에 프랑스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120%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프랑스와 스페인 국채 금리는 이미 역전된 상태다.
독일 정부 자문기구인 독일경제전문가위원회에 따르면 독일의 올해 재정적자는 GDP 대비 2.3%, 내년에는 3.1%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전문가는 이 비율이 향후 수년간 4%에 근접해질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dyle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