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세요'는 한때 비문(非文.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으로 단정됐다. 전통적 학교문법으로는 여전히 그렇다. 형용사는 명령형이나 청유형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예뻐라', '예쁘자'처럼 '행복해라', '행복하자'도 성립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매일같이 행복해라/행복하세요 인사를 나누고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노랫말을 흥얼거리는 터에 이게 무슨 소린가.
현실을 모를 리 없는 국립국어원. '행복하자'가 왜 틀린 말이냐는 질문에 "형용사는 청유형이나 명령형으로 활용하기 어렵다고 보는 견해에 따르면 '행복하자'와 같이 표현하는 것을 자연스럽지 않다고 보기도 합니다. 다만 견해에 따라 기원이나 소망을 나타내는 의미로 쓰일 수 있는 표현으로 보기도 한다는 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2024년 11월 25일)라고 답변했다. 또, '건강하세요, 건강하자' 표현에 대한 물음에 "형용사를 활용하여 명령형 또는 청유형 표현을 하는 것은 전형적인 쓰임이 아닙니다만 기원의 의미를 담는 등 현실적으로 그와 같이 표현하는 듯합니다"(2025년 9월 22일)라고 답했다.
"'행복하세요'는 비문이다. 행복해지세요/행복하시기 바랍니다/행복하시길 빕니다 해야 한다. '건강하세요'도 마찬가지다. 건강해지세요/건강하시기 바랍니다/건강하시길 빕니다 해야 한다." 국립국어원의 답변이 여느 딱딱한 문법 해설처럼 이랬다면 어땠을까. 상상만으로도 갑갑해진다. 엄민용은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어휘 편)』에서 '건강하세요'와 같은 표현에 대해 "말하는 사람의 기원을 담은 '인간적 표현'"이라며 형용사의 명령형에 기원의 의미를 추가할 것을 제안한다. 최경봉은 『우리말 강화』에서 건강하자, 침착하자의 예를 두고 "사람들은 '건강하거나 침착한 상태'를 '그러한 상태에 이르기까지 의식적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는 듯하다"면서 "당당하자 솔직하자 정직하자가 자연스러운 것도 그 때문이리라. 이는 분명 '예쁘다'나 '높다' 등과 같은 형용사의 쓰임과는 다른 점"이라고 말한다.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가 문법적으로도 바른 문장이라고 판정되는 날이 올 수 있다. 그때까지 우리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자.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엄민용,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어휘 편)』, 한국교육방송공사(EBS), 2023, pp. 50-55. '행복하세요~' '건강하세요~'를 쓸 수 없다? 뭘 모르는 소리네요
2. 최경봉, 『(더 나은 언어생활을 위한) 우리말 강화』, ㈜도서출판 책과함께, 2019, pp. 334-335. 행복하자
3.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건강하세요 건강하자 - https://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qna_seq=321014&pageIndex=1&searchCondition=&searchKeyword= (건강하세요 건강하자 대목만 부분 반영)
4.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행복하자와 건강하러가 틀린 이유 - 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306613&pageIndex=1 (행복하자 대목만 부분 반영)
5. 표준국어대사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