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아이들과 과수원에 가서 신선하고 튼실한 사과를 직접 따서 먹으며 추억을 쌓곤 했는데, 이제 그럴 수 없다니 무척 아쉽습니다."
박모(38·주부)씨는 최근 전북 장수군이 매년 진행한 사과 수확 체험을 신청하려 했으나 '올해부터 중단한다'는 안내 문구를 보고 적잖이 실망했다.
장수군은 도내 대표 농촌 프로그램 중 하나인 사과 수확 체험을 이상 고온 등 기후 변화로 23년 만에 종료한다고 5일 밝혔다.
이 체험 프로그램은 장수군 농업기술센터가 2003년부터 사과 농가와 함께 매년 1월 전국에서 신청받아 사과나무를 일반 시민에게 분양한 후 수확철에 농장을 방문해 직접 따도록 하는 것이다.
1주당 12만원(지난해 기준)을 내고 수확 시기나 선호하는 맛에 따라 홍로, 후지(부사), 하니 등의 품종을 고른 뒤 가을철에 신청자의 이름표가 달린 나무에서 사과를 직접 따면서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분양을 받은 사람은 온라인 소식지를 통해 계절마다 나무의 생육 상황을 볼 수 있고, 예정 수확량(30㎏)에 미치지 못하면 같은 품종의 사과로 보전받을 수도 있었다.
예컨대 병해충 등으로 분양받은 나무에서 20㎏밖에 수확하지 못할 형편이면 부족분 10㎏을 농장주가 채워주고, 풍작으로 30㎏ 이상 수확하더라도 전량 가져갈 수 있어서 시민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특히 봄철 냉해와 여름철 이상고온 등으로 사과 생육이 저조했던 2023년 서울농수산식품공사에서 경매된 홍로 상품 10㎏의 평균 가격이 8만2천927원, 특품은 12만523원까지 폭등한 것을 감안하면 1주당 12만원인 이 수확 체험에서 30㎏을 확보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큰 이득이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사과 수확 체험은 22년간 3만5천주가 분양될 만큼 성황리에 진행됐다.
농가들은 24억원의 수익을 올렸고 연간 1만5천여명이 사과 농장을 방문하는 등 지역 경제에도 훈풍이 불었다.
하지만 장수군은 봄철 저온 현상과 여름철 고온·폭염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붉고 당도가 높은 사과 생산이 어려워지자 올해부터 체험 행사를 종료하기로 했다.
사과 성장에는 기온이 매우 중요한데 지구 온난화로 개화 시기가 앞당겨진 상황에서 봄철 기습 저온 현상이 발생해 꽃이 떨어지는 냉해 피해가 반복됐다.
또 여름철 고온 현상으로 밤낮의 기온 차가 줄어들면서 사과 특유의 붉은빛이 나지 않고 당도가 떨어지는 등 상품성 저하 문제도 발생했기 때문이다.
장수군청 관계자는 "기온 변화로 품질이 낮은 사과가 열리면서 민원이 많아졌고 농가들의 고민도 깊어져 아쉽지만 결국 수확 체험을 종료하기로 했다"며 "이상기온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신품종 개발과 재배 기술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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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