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일 오후, 거듭된 취업 실패 끝에 은둔 생활을 해온 김서연(가명·20대)씨가 서울 '마음편의점' 도봉점을 찾았다. 쭈뼛거렸던 처음과 달리 이번에는 익숙하게 문을 열고 들어섰다.
첫 방문 때 김씨에게 먼저 다가간 건 봉사자 윤다영(55)씨였다. 어색해하던 김씨에게 윤씨는 혼자 마음 편히 식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줬다. 김씨가 다시 온 이유는 그날의 배려에 감사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윤씨는 5일 연합뉴스에 "배가 고파 보였고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며 "서연씨가 이제는 어색해하지 않고 이곳을 찾아주는데 이럴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곳은 장기간 고립과 은둔 생활로 고독사 등 위험에 노출된 '고립 위험 가구'를 발굴하기 위해 서울시가 복지관과 연계해 만든 '마음편의점'이다. 편의점처럼 편하게 찾아 마음을 위로받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이름을 지었다.
마음편의점에선 간단한 고립 위험 자가 진단을 마치면 라면, 미역국 등 한 끼를 무료로 대접한다. 상담이 필요한 이용자에게는 연계된 복지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사회 이탈을 막는다. 2024년 기준 고립 위험 가구는 약 11만명(가구)으로, 이 중 10만 5천명은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10년간 은둔 생활을 하던 20대 남성 A씨는 지난해 4월 강북점을 찾았다가 복지사와 인연을 맺어 현재 자립 프로그램을 이수 중이다. 40대 남성 B씨 또한 이곳에서 마음을 터놓을 친구들을 만나 공예 활동을 하며 세상 밖으로 나왔다.
지난해 3월 개소 이후 11월까지 마음편의점 이용자는 총 5만2천20명에 달한다. 지난해 목표치였던 5천명을 10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이 중 전문 서비스로 연계돼 실질적인 도움을 받은 사례는 684건에 이른다. 서울시는 현재 5곳인 마음편의점을 25개 전 자치구로 확대할 계획이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이용자의 68.9%가 65세 이상 어르신으로 쏠려 있는 점이 가장 큰 숙제다. 청년(4.4%)과 미성년자(2.2%) 비중은 한 자릿수로 아직 낮은 수준이다. 그간 '하루 한 끼' 제공 방침이 '주당 한끼'로 바뀌며 이용자들의 발길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접근성과 익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기 방임이 심한 청년이나 중장년층은 외부 지원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양심 냉장고'처럼 익명성을 보장하면서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운영 시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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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