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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 "암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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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버터 건강법' 확산…버터 공동구매까지
"콜레스테롤 급상승·설사·복통" 부작용 호소
"공복에 생버터 섭취 식이요법, 검증 안 돼"
"버터가 두뇌 건강에 도움 된다는 근거 없어"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버터를 매일 섭취했더니 암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난해 10월 유튜브에 올라온 한 영상의 제목이다.
7일 현재 누적 조회 수 10만회를 기록 중인 해당 영상 속 인물은 "잡곡밥에 버터를 한 수저 넣어서 비벼 먹어라", "계란후라이에 버터를 넣어서 먹어라"고 말한다.
과학적 근거가 불분명한 건강 정보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버터를 앞세운 주장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공복에 버터를 먹거나, 특정 식재료와 함께 섭취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일부 영상에는 특정 버터 제품의 공동구매(공구) 안내 링크가 달려 있다.
의료·영양 전문가들은 이 같은 버터 식이요법과 관련해 "검증이 전혀 되지 않은 방식"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 '버터 건강법' 확산…"검증 전혀 안 돼"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한 영상은 "매일 아침 공복에 생 버터 한 덩이를 먹는다", "버터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금세 번뇌가 사라지는 진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등의 주장과 함께 버터를 섭취하는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아침에 '버터바'를 손에 들고 카메라 앞에서 씹어 먹으며 "공복 혈당 상승을 막기 위해 아침마다 (버터 대신)버터바를 섭취한다"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버터는 살찌는 음식이라는 인식은 오해다. 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비만 치료제가 필요 없다"라며 버터를 활용한 식습관이 체지방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영상도 있다.
어린아이에게 버터를 먹이는 영상도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버터가 아이의 장벽을 튼튼하게 한다", "동물성 포화지방이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자막과 함께 큰 조각의 냉동 버터를 아이의 손에 쥐여주는 영상이 조회수 160만여회를 기록했다. 이 영상 설명란에는 공동구매 안내가 달렸고, "영상 보고 구매했다"·"믿고 샀다"는 댓글이 잇따랐다.
또 "아침으로 생 버터를 먹는 43개월 아이"라는 제목의 틱톡 영상은 "똑똑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천연 버터를 챙겨줘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32만회 이상 조회됐다.

그러나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공복에 생 버터를 섭취하는 식이요법과 관련해 "검증이 전혀 되지 않은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식사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음식을 먹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이후의 전체 식사 구성"이라며 "공복에 생 버터를 섭취한 뒤 다른 식사를 하게 되면 그 영향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생 버터는 열량은 높지만 당이나 탄수화물이 없어 단독으로 섭취할 경우 혈당이 오르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를 식사로 대체하지 않고 결국 다른 음식을 함께 섭취하게 되면 체중 조절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생 버터를 먹고 한 끼를 거르는 방식으로 접근하더라도 단백질과 미량 영양소, 식이섬유 등 생 버터에 포함되지 않은 영양소가 부족해져 영양 결핍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어린이에게 생 버터를 간식처럼 제공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더 큰 문제"라며 "버터 섭취가 두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없고, 이로 인해 다른 영양 섭취가 부족해질 경우 건강한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따라 했다가 병원행"…"과학적 근거 없어"
실제로 버터 건강법을 따라 했다가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직장인 A씨는 SNS에서 본 '공복 버터 식이요법'을 약 3주간 실천했다가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크게 오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A씨는 "냉동 버터를 먹으면 집중력이 좋아진다는 영상을 보고 따라 했다"며 "처음엔 포만감이 있는 것 같았지만 점점 속이 더부룩하고 메스꺼움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콜레스테롤 수치가 단기간에 급격히 상승해 의사로부터 식습관을 즉시 중단하라는 말을 들었다"며 "영상에서는 부작용 이야기는 없어서 이렇게까지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주부 홍모 씨는 인스타그램에서 본 '아이에게 생 버터를 먹이면 장과 두뇌 발달에 좋다'는 영상을 보고, 일주일간 아침마다 3살 아이에게 버터를 먹였다가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고 밝혔다.
홍씨는 "처음에는 잘 먹는 것처럼 보였지만, 일주일 만에 설사와 복통 증상이 반복돼 결국 소아과를 찾았다"며 "지방 섭취량이 과도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뒤, 아이에게 버터를 먹이는 것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스크림보다는 버터가 낫겠지 하는 생각에 별다른 의심 없이 어린 아이에게 먹였다"며 "아이의 체질에 맞는지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그대로 따라 한 점이 많이 후회된다"고 속상해했다.
인스타그램에도 "저도 그렇게 먹었었는데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이 어마하게 올라 지금은 안 먹고 있다"('qr***'), "의사가 아닌데 과장된 내용을 영상으로 올리고 이를 통해 물건까지 파는 건 문제"('in***') 등 비판 댓글이 달렸다.
이유현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생버터를 반복적으로 섭취할 경우 LDL 콜레스테롤을 높일 가능성이 있고, 대사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매일 섭취하는 것은 기존에 대사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버터의 암 예방 효과나 어린이 두뇌 발달 주장에 대해서는 "관련 근거를 찾아봤지만 확인할 수 없었다"며 "과학적으로 뒷받침되는 근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는 지방 공급원으로 양질의 선택지가 많은데, 굳이 큰 덩어리의 버터를 매일 먹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포화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방식은 아이들의 식습관 형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minjik@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