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우리 KIA도 메이저리그에 보낼 선수가 하나 나오면 엄청 좋지 않겠어요?"
2024년 봄이었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그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638억원) 초대형 계약에 성공하고 메이저리거가 된 이정후를 지켜보며 "KIA에도 이런 선수가 나왔으면"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당시 이 감독이 KIA에서 꼽은 가장 유력한 차기 메이저리거는 김도영이었다. 김도영은 이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듯 2024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141경기, 타율 3할4푼7리(544타수 189안타), 38홈런, 40도루, 109타점, OPS 1.067을 기록,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다. 그해 KIA의 통합 우승까지 이끌며 리그 최고 3루수로 발돋움했다.
김도영은 2024년 11월 대만에서 열린 '2024 WBSC 프리미어12'에 출전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비록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김도영은 5경기에서 타율 4할1푼2리, 3홈런, 10타점, OPS 1.503을 기록하며 주가를 올렸다.
김도영은 지난해 2월 미국 어바인 스프링캠프에서 또 한번 주목을 받았다. 빅리그 최고 스타 오타니 쇼헤이와 LA 다저스의 10년 7억 달러(1조148억원) 초대형 계약을 이끈 CAA스포츠의 에이전트 네즈 발레로가 김도영을 보러 KIA의 스프링캠프 훈련 시설을 찾은 것. CAA스포츠의 다음 고객으로 점 찍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김도영은 지난해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햄스트링만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3번 다치면서 30경기 출전에 그쳤다. MVP 시즌을 보내며 1억원에서 5억원까지 치솟았던 연봉은 올해 대폭 삭감될 예정이다. 2024년의 좋은 흐름을 더 이어 가지 못한 아쉬움이 큰 한 해였다.
마냥 아쉬워할 때는 아니다. 김도영에게는 2026년이 훨씬 중요해졌다.
우선 지난해 8위에 그친 KIA의 반등이 김도영에게 달려 있다. KIA는 올겨울 내부 FA였던 박찬호(두산 베어스)와 최형우(삼성 라이온즈)를 모두 놓치면서 타선이 헐거워진 상태다. 박찬호는 1번타자 유격수로 공수에서 기여도가 높았던 선수고, 최형우는 지난 9년 동안 부동의 4번타자였다. 둘의 자리를 한꺼번에 채우려면 MVP 김도영의 부활이 절실하다.
KIA는 김도영을 장기적으로 유격수로 전환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 일단 아시아쿼터 선수로 호주 출신 유격수 제리드 데일을 영입해 안전 장치는 마련해뒀다. 김도영이 유격수로도 가치를 보여준다면, 2027년에는 완전히 전환시킬 구상을 하고 있다. 그러려면 올해 김도영이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움직임이 더 중요해졌다.
또 다른 하나는 메이저리그 진출 시점. 김도영은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2028년까지 최소 4시즌은 더 뛰어야 한다. 올해 9월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출전해 병역 혜택을 받아야 2028년 시즌 직후 메이저리그 진출이 가능하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려면 일단 오는 3월에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게 중요해졌다. 대표팀에서 눈도장을 찍을 기회기도 하고, 가장 큰 야구 국제대회인 WBC는 메이저리거를 꿈꾸는 선수들에게는 최고의 쇼케이스 무대다.
여러모로 김도영이 욕심을 내야 할 것들이 많은 한 해다. 모든 것을 다 해내기 위해서는 역시나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김도영은 지난해와 같은 악몽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부상 재발 방지에 많은 신경을 쏟으며 훈련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김도영은 2024년이 반짝 활약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일 수 있을까. WBC 대표팀 1차 캠프 명단에 오른 김도영은 9일 대표팀과 함께 사이판으로 출국해 건강한 몸 상태를 증명할 예정이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