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돈로주의' 시험장 중남미 지각변동…트럼프, 中의 우회수출 관문에 '못질'

by

트럼프 1년, '친미냐 아니냐' 이분법…"中투자 유치? 美관세 회피가 먼저"

전폭 지원 아르헨티나 '최대 수혜' vs 마두로 축출 베네수엘라 '최대 피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한 지 오는 20일로 1년을 맞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년간 중남미에 거대한 지각변동을 불러일으켰다.

19세기 '먼로주의'(Monroe Doctrine)를 21세기식 강권 정치로 재해석한 '돈로주의'(Don-roe Doctrine)에 강타당한 중남미 정치 지형은 친미(親美)와 반미(反美)의 선명한 이분법으로 갈라지며 나라 별로 '극과 극' 대미 외교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급변한 지정학적 판도에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앞세워 중남미 주요국 핵심 교역 상대이자 투자자로 자리매김한 중국의 위상은 크게 흔들렸고, 그 빈자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패권주의로 빠르게 메워지는 형국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중남미 정책은 철저한 '보상과 응징' 논리로 작동했다. 그 극단적 대척점은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를 자처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에 지지 의사를 표하면서 경제난 해소에 적극적인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글로벌 관세 전쟁' 중에도 아르헨티나에 대해서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고려하겠다며 '편애'를 숨기지 않은 데 이어 지난해엔 200억 달러(29조원 상당) 통화 스와프 체결로 아르헨티나 중간선거에서의 여당 압승을 측면 지원했다.

반면 지난 수년간 남미에서 반미 노선을 이끌어 온 주요국 중 하나인 베네수엘라에 대해선 국제법 위반 논란까지 불사하며 전격적인 육상 침공을 감행했다.

트럼프 2기 대외 정책의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는 미 당국의 카라카스 기습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은 미국에서 '불량 정권'으로 규정한 국가의 원수를 직접 제거할 수 있다는 실력 행사였다.

이 사건으로 중남미 전역은 공포와 분노를 숨기지 않으면서도 트럼프 2기 행정부 향후 3년간의 관계 설정에 고심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브라질처럼 실용주의를 중시하던 나라가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관측된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사태를 "주권에 대한 중대한 모욕"이라 규탄하며 다자주의 파괴를 경고했으나, 지난해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확대 당시 50% 관세율을 맞아가면서까지 '남미 맹주'로서 할 말을 하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강도를 조절하는 모양새다.

트럼프에 강하게 각을 세웠던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을 비롯해 칠레 등 다른 좌파 정부들조차 마약통제 정책이나 양자 간 경제 교류 등 의제에서 협력 의지를 보이며 '생존 외교'에 나선 모습이다.

중남미에 영향을 미친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의 또 다른 줄기는 중국 견제다.

미 당국은 중남미를 중국 등의 '대미 우회 수출 통로'로 규정하고 이를 차단하기 위해 파상공세를 펼쳤다.

이 맥락에서는 멕시코의 결단이 눈에 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정부는 다분히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근간 유지를 목표로,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에서 수입된 전략 물품들에 대해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법을 이번 달부터 시행하고 있다.

멕시코 엘우니베르살을 비롯한 주요 현지 언론과 외신들은 이번 조처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니어쇼어링'(인접지로의 생산기지 이전) 효과를 누리던 한국 업계 역시 영향을 받게 된 상황이다. 한국과 멕시코 간 FTA 논의는 현재 교착 상태다.

멕시코 경제 전문지인 엘에코노미스타는 최근 기사에서 "오늘날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각국에서는 중국으로부터의 인프라 투자를 환영할 만한 분위기가 아니"라면서, 미국발 관세 회피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짚었다.

파나마 역시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패권 전장 한복판에 놓여 곤욕을 치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정부 출범 직후부터 "중국이 운영하는 파나마 운하를 되찾아야 한다"면서 파나마 운하 관리 당국과 운하 항구 시설 일부를 운영하는 CK허치슨 등을 위협했고, 이에 CK허치슨은 파나마 항구 운영권 등을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했다.

그러자 중국 당국은 CK허치슨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통해 매각 계약과 관련한 법적 하자 여부를 살피는 방식으로 견제하고 나선 상황이다.

홍콩 재벌 리카싱 가문의 소유인 CK허치슨은 정작 중국 당국과는 상관없는 민간 기업이다.

궁극적으로 어떻게 하면 미국의 관세 폭탄과 '침공' 위협을 피하고 미국 주도의 공급망 체제에서 소외되지 않을지가 역내 최우선 과제로 여겨지는데, 이는 트럼프 행정부 2기 남은 3년 내내 중남미 각국을 관통하는 정책 방향이 될 전망이다.

wald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