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냘프다]를 활용하다 멈칫한다. 가냘파서일까, 가냘퍼서일까. 제목에서 보인 것처럼 가냘퍼서가 아니라 가냘파서로 쓴다. 가냘프다에서 프에 쓰인 모음 ㅡ는 음성모음이다. ㅓ ㅜ 계통의 어둡고 무거운 느낌의 모음. 어릴 적 학교에서 모음조화를 배웠다. ㅡ가 음성이니까 같은 음성이 따라야 할 것 같다. 가냘퍼서(퍼의 ㅓ)가 끌린다. 그런데 가냘파서라고 써야 한다니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이 늘 참은 아닌 걸까? ㅡ를 ㅣ와 같은 중성으로 보아, 그 앞에 있는 냘을 기준 삼아서 모음조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한 국어책의 해설은 이와 다르다. 냘에 쓰인 ㅑ가 양성모음(ㅏ ㅗ 계통의 밝고 가벼운 느낌)이기 때문에 같은 양성(파의 ㅏ)을 쓴다는 것이다. 어렵다. 그저 배가 '고파서', '아파서' 이듯 '가냘파서'로 외는 것은 어떨지.
[가소롭다]도 따져 볼 만하다. 가소로와로 기우는 유혹이 없지 않지만 가소로워로 쓴다. 롭의 ㅗ가 양성인데 왜 음성(워의 ㅓ)과 어울린단 말인가. 여기서도 이런 설명은 쓸데없다. 모음조화 따위의 규칙은 이들 낱말에 들어맞는 옷이 아니다. 안타깝다(→안타까워) 아니꼽다(아니꼬워) 반갑다(→반가워)이지 안타까와, 아니꼬와, 반가와가 아니잖은가. 깁다(→기워) 굽다[炙](→구워) 가깝다(→가까워) 괴롭다(→괴로워) 맵다(→매워) 무겁다(→무거워) 밉다(→미워) 쉽다(→쉬워)와 같은 ㅂ 불규칙 활용의 양태도 본다. ㅗ보다 ㅜ가 대세다. ㅂ 받침이 어미와 결합할 때 ㅜ로 바뀌어 제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돕-, 곱-'과 같은 단음절 어간에 어미 '-아'가 결합되어 '와'로 소리 나는 것은 '-와'로 적는다 하여 돕다(→도와), 곱다(→고와)가 그 주인공이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국립국어원,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해설, 2018년 1월 - https://www.korean.go.kr/front/reportData/reportDataView.do?mn_id=207&report_seq=944
2. 김종욱(지은이 겸 펴낸이), 『대한민국 표준국어 어법 사전』, 2018
3. 이희자 이재성,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틀리는 한국어』, 커뮤니케이션북스, 2013 (서울도서관 전자책, 유통사 Y2BOOKS)
4.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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