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이제 리스트에 있다는 소리죠."
이호준 NC 다이노스 감독은 지난 9월 취재진에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들이 유격수 김주원을 살피기 위해 창원NC파크를 방문했다고 귀띔했다. 구체적으로 언급한 구단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뉴욕 메츠 2팀이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준우승팀 토론토는 올겨울 공격적인 투자로 눈길을 끌었던 팀. 메츠 역시 억만장자 구단주 스티브 코헨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메이저리그 대표 빅마켓 구단들이 김주원에게 보이는 관심은 분명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김주원은 오는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202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단숨에 주전 유격수로 도약할 전망이다. 주전 유격수 0순위였던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이 황당한 부상으로 이탈했기 때문.
애틀랜타 구단은 19일(이하 한국시각) 구단 SNS에 "내야수 김하성이 한국에서 손 부상을 입어 오른손 중지 힘줄 파열 수술을 받았다. 오늘 애틀랜타에서 게리 루리 박사가 수술을 집도했으며, 회복 기간은 4~5개월로 예상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손을 다친 이유가 너무도 허망했다. 한국에서 머물던 김하성이 지난주 빙판길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손가락을 다쳤다는 것. 5월 중순이나 6월쯤 복귀가 예상돼 전반기를 거의 날리는 큰 부상이다.
애틀랜타와 김하성 모두 허탈한 상태다. 애틀랜타는 불과 한 달 전에 김하성과 1년 2000만 달러(약 294억원) FA 계약을 했다. 애틀랜타는 주전 유격수가 필요했고, 김하성은 일단 올해 건강하게 풀타임을 뛴 뒤에 시장에서 재평가 받기를 원했다. 단년 계약이 성사된 이유다. 애틀랜타는 스프링캠프를 시작하기도 전에 손해를 보게 됐고, 김하성 역시 FA 재수 전략에 큰 차질이 생겼다.
류지현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에게도 김하성의 부상 소식은 뼈아팠다. 키스톤콤비 조합을 새로 짜야 하기 때문.
KBO는 일단 19일 "김하성과 송성문(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부상으로 WBC 불참이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송성문은 최근 개인 훈련 과정에서 옆구리 근육이 손상돼 치료를 받고 있다.
유격수 김주원-2루수 김혜성(LA 다저스)의 조합이 가장 유력하다. 김혜성은 키움 히어로즈 시절인 2021년 유격수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정상급 선수였지만, 2022년부터 2024년까지는 2루수로 뛰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지난해도 유격수로 11경기(46이닝)에 나서긴 했지만, 2루수(278이닝)와 중견수(85⅓이닝)로 뛴 시간이 더 길었다. 전문 유격수인 김주원이 김하성의 대체자로 더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김주원은 지난해 생애 처음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리그 최고 유격수로 발돋움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치른 일본과 평가전에서는 6-7로 뒤진 9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동점 솔로포를 터트려 7-7 무승부를 이끌었다. 류 감독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순간이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관하는 WBC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원하는 선수들에게는 중요한 쇼케이스 무대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2023년 WBC에서 주목을 받고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루기도 했다.
이호준 감독은 지난해 "(김)주원이가 인기가 좋다. 이제 (메이저리그 영입) 리스트에 있다는 소리다. NC 국내 선수 중에 메이저리그에 간 선수가 없지 않나. 2년도 안 남은 거 아닌지 모르겠다. 나는 아쉬워도 주원이가 (메이저리그에) 가서 잘하면 좋지 않은가"라며 김주원의 미국 진출을 응원했다.
김하성의 황당한 부상이 김주원에게는 다시 없을 좋은 기회가 됐다. 김주원은 이번 WBC를 자신의 야구 인생을 바꿀 무대로 꾸밀 수 있을까.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