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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다. 둘째가 태어났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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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현은 열흘 전쯤 자신의 SNS에 '자식이야 말로 가장 큰 재산'이란 스님의 말씀을 아내에게 전하고 소중한 둘째를 얻게 된 인연과 운명의 스토리를 감동적으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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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딸, 아들 두 아이의 행복한 천사 아빠가 된 백정현. 가장의 힘으로 2026년 마운드 복귀를 향한 첫걸음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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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빠른 복귀 속 시즌 초 불펜의 핵으로 맹활약하다 갑작스러운 어깨 통증으로 멈춰야 했던 걸음. "중요한 건 세상은 내 믿음과 상관없이 어떤 원칙을 따라 흐를 것이다"라고 적은 자신의 글처럼 세상은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다만, 이런 생각은 했단다.
"음, 속상함 보다는 그냥 쭉 가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은 들었죠. 야구 하면서 어깨 아픈 게 처음이었고, 어깨 아프면 그만둔 사람이 많으니, 이제 그만하란 뜻인가. 나이도 있는 상황이라, 나도 그 시기가 온건가, 이제 정말 끝인가 하는 생각을 했죠."
하지만 그는 멈춰서는 대신 '바꿀 수 있는 것'을 향한 용기를 택했다. '미래의 후배들'을 떠올렸다.
"나중에 지도자가 된다면, 아픈 몸을 어떻게 다시 살려내 효율적으로 던지게 할 수 있을지 알려주고 싶었어요. 내 몸을 실험 삼아 보강 운동과 치료법을 적용해 한번 더 살려보자고 생각했죠. 그렇게 안 아프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투구폼을 수정하면서 점점 더 심플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던 것 같아요,"
현재 그는 단계별 투구 프로그램(ITP)에 돌입해 40m 거리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센터에서 준 스케줄대로 공을 던지는데 통증이 없어 희망적이에요. 무릎 상태도 좋습니다."
백정현은 오는 2월 1일 일본 오키나와 이시가와 구장에서 열리는 퓨처스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투구 강도와 거리를 점진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서른아홉이라는 나이, 그리고 투수에게 치명적인 어깨 부상. 우리네 삶은 늘 위기의 연속이다. 수면 위 평온은 수면 아래 끊임 없는 발버둥의 결과다.
"사실 나이 먹으면서 몸이 조금씩 굳거나 아프다가 다친다거나, 늘 겨울마다 '이제 그만할 때가 됐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자고 나면 찌뿌둥 하고요. 겨울마다 다니는 센터가 있는데 여기서 운동을 하면 살아나는 느낌이에요. 마치 심폐소생으로 살려두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대구 상원고 3학년 시절 십자인대 부상 당시 재활센터에서 만나 무려 20년 귀한 인연을 이어온 이한일 대표(TREX 트레이닝센터)가 바로 백정현의 야구정년을 늘려주는 '심폐소생술사'다.
지난해 효과를 봤던 포크볼 대신, 올해는 타자들이 예상치 못한 '변형 슬라이더'를 준비 중이다. 그는 "손가락 감각이 뛰어난 편이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할 때는 남들보다 훨씬 많이 던져야 한다"면서도 "포크볼은 타자들이 준비하고 나올테니, 효율적으로 스윙을 끌어낼 수 있는 슬라이더 그립과 제구를 위해 칼을 갈고 있다"고 투지를 보였다.
운명의 선물처럼 찾아온 둘째 아이를 품으며 네 식구의 가장이 된 그에게 가족은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마운드에 서야 할 강력한 동기부여다. 1년 후 다시 FA 자격을 얻는 백정현에게 국가대표 노경은(42·SSG 랜더스)과 다년계약을 한 김진성(41·LG 트윈스) 등 불혹의 선배들 이야기를 꺼내자 이런 말을 한다.
"그 선배들과 직접 말한 적은 없지만 관리나 꾸준함에 대한 이야기만 들어봐도 잘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처음부터 잘했던 선수들이 아니라 부침이 있다보니 노력 속에 깨달음을 얻어서, 지금까지 잘 하시는 게 아닐까 싶네요."
백정현은 "작년에도 개막전 생각도 안했다가 ?류하게 됐는데, 올해는 개막 합류 보다 시즌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며 완벽한 상태에서의 복귀를 희망했다.
불 같은 강속구를 뿌리는 '현재의 후배들'을 이끌고 불펜 중심을 잡아줘야 할 큰 형님. "상황이 되면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하겠지만, 지금은 내 몸을 회복하는 게 먼저 아닐까요."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 속에 '바꿀 수 있는 것'에 대한 용기로 새로운 출발선상에 선 투수 최고참. 한마디 말보다 묵직한 실천을 행하는, 배울 점이 참 많은 좋은 선배다. 삼성의 복이자, 라이온즈의 힘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