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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이 은퇴하고 싶어서"... 정글이 된 삼성 백업 포수 5대1 경쟁, '남'보다 '자신'과 싸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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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캠프 이병헌 박세혁 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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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괌 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 포수 이병헌(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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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전 연락이 닿은 그의 목소리는 담담하면서도 단단했다. 지난 16일, 6주간의 미국 드라이브라인(Driveline) 아카데미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이병헌은 "영어는 여전히 서툴러 손짓 발짓을 다 했지만, 들리는 건 많이 늘었다"며 밝은 목소리로 이야기 했다.

웃음 뒤에는 '절실함'이 있었다. 이병헌은 이번 비시즌 동안 거액의 사비를 들여 나 홀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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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영입으로 포화 상태가 된 5대1 포수 백업 경쟁 때문은 아니었다.

"은퇴하기 전에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보고 싶었어요. 먼 훗날 '그때 뭐라도 해볼걸' 하는 후회를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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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드라이브라인은 첨단 장비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 센터로 유명하다. 이병헌은 6주 동안 두 차례의 정밀 측정을 거쳤다.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운 좋게 가자마자 한 번, 나오기 전에 한 번 측정했는데 수치가 전체적으로 좋아졌어요. 특히 하체 움직임이 부족하다는 진단을 받았는데, 훈련을 통해 상체와 하체의 밸런스가 많이 잡혔고, 타격 스탠스나 몸의 기능적인 면이 그래프상으로도 확연히 개선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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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인 소득보다 더 컸던 건 '마인드' 변화였다. 현장에는 메이저리그 거포 외야수 코빈 캐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같은 빅스타부터 대만, 마이너리그 등 다양한 국적과 레벨의 선수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먼 발치에서 스타 선수들을 구경하기도 했지만, 사실 제 자신에게 더 집중하고 싶었어요. 수많은 선수들이 프로 유니폼 한 번 입어보는 걸 꿈꾸며 땀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 내가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있는 이 상황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다시 깨달았습니다. 돈을 써서 이런 훈련을 올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저는 행복한 사람인 거죠."

삼성이 이번 비시즌 동안 박세혁과 장승현 등 베테랑 포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안방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기존 강민호의 백업 경쟁자가 늘어난 상황은 이병헌에게 위기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팀의 선수 영입은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요. 제가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한 부분도 분명히 있고요. 하지만 경쟁자들을 신경 쓰기보다는 제 역할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포수 영입 소식을 듣기 전부터 미국행을 계획했던 것도 '나'를 바꾸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부단한 노력으로 영어소통이 가능한 그는 지난 2024 시즌 외국인 투수 코너 시볼드와 호흡을 맞추며 안정적인 리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코너가 잘 적응해서 잘 던져준 덕분"이라며 공을 돌린 그는 "투수들과 대화하는 게 정말 즐겁다"고 말하는 진짜 포수.

괌 출국길 이병헌.
괌→오키나와로 이어질 캠프 동안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기로 했다. 한 타석의 결과에 일희일비하며 조바심을 냈던 과거의 자신을 내려놓기 위해서다.

"시즌 중에 백업으로 나가다 보면 매 타석 결과에 연연하게 되더라고요. 오래 자리를 지키시는 선배님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번 캠프에서는 거창한 계획 대신, 시켜주는 훈련 열심히 하고 다치지 않으면서 하루하루에만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몸 상태는 아주 좋습니다."

남들이 휴식을 취하는 비시즌 동안 사비를 털어 완벽한 캠프 준비를 마친 이병헌. 이미 경기장 밖에서 시작된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채로 순조롭게 출발했다. 후회 없는 마침표를 위해, 그는 오늘도 데이터 시트와 미트를 챙겨 그라운드에 나서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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