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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불혹'도 넘었네…24번째 시즌 앞둔 또한명의 '헌신좌', 마지막 하나 남은 꿈이 있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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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임한 KT 우규민. 1985년, 올해로 24번째 스프링캠프다. 김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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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박경수와 함께 하고자 했던 KT행. 하지만 이제 박경수는 코치가 됐는데, 우규민은 여전히 현역이다. 스포츠조선DB
[질롱(호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내 생애 24번? 스프링캠프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이 얘길 했는데, 남은 건 이젠 정말 한국시리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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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는 최형우, 포수는 강민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노익장의 아이콘 두 사람은 올해부터 한솥밥을 먹는다..

투수는 누구 한명의 독주는 아니다. 노장 투수의 새 역사를 열어제친 SSG 노경은과 LG에서 '3년 16억' 연장계약에 사인한 김진성이 홀드왕 타이틀까지 주고받으며 매년 혈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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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발짝 물러선 위치에 또한명의 '불혹'을 넘어선 투수가 있다. 어느덧 3번의 FA를 마치고, 40대 투수의 역사를 이어가나고 있다. KT 위즈 우규민이다.

올해 나이 41세. 통산 무려 857경기에 등판, 1471이닝을 소화했다. 87승 89패 91세이브 119홀드, 평균자책점 3.8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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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857경기는 현역 투수들 중 최다경기 수 1위다. 우규민은 최근 5년간 274경기에 등판했다. 이 부문 역대 1위 정우람을 넘어선 '철완'이 되려면 앞으로 3년은 더 뛰어야한다. 평생 불펜이 아니라, 선발투수 시즌이 제법 섞여있는 그가 여기까지 온 것만도 경이롭다.

KT 스프링캠프가 진행중인 호주 질롱에서 만난 우규민은 지난 시즌에 대한 반성을 먼저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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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성적이야 이제 무슨 욕심이 있겠나. 1경기차 6위를 하면서 가을야구를 못간 것에 대한 책임감을 통감한다. 올해는 새로운 선수들이 많다. 외국인 선수, 신인들 외에도 김현수나 한승혁, 최원준 같은 선수들도 추가됐다. 새롭게 탄생할 KT 위즈가 올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길 기대한다."

우규민은 2003년 휘문고를 졸업하고 LG 트윈스에 2차 3라운드(전체 19번)으로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LG에서 14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에서 7년을 뛰었고, 올해가 KT 3년차 시즌이다.

현역 마지막 수비를 끝낸 박경수를 안아주는 우규민. 스포츠조선DB
공교롭게도 친정팀 LG는 2023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고, 삼성도 우승은 못했지만 2024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그 과정에서 오지환 강민호 등이 오랜 한을 풀었다.

하지만 우규민은 데뷔 이래 23년간 단한번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투수다보니 전준우 유강남(이상 롯데 자이언츠) 등보다 경기 수는 적지만, 23년은 현역 선수 중 최장기록이다. 단단히 한이 맺혔을 수밖에 없다.

이강철 KT 감독의 철저한 관리 덕분일까. 최근 2년간 오히려 기록이 역주행을 하고 있다. KT 첫해였던 2024년 4승1패 1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2.49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53경기 1승2패 9홀드, 평균자책점 2.44다. 경기수나 이닝이 다소 적긴 하지만, 이정도면 필승조에 준하는 기록이다.

우규민은 "올해도 생각보다 몸상태가 괜찮아서 기분이 좋다"며 미소지었다. 롱런하는 비결을 묻자 "무리하게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것, 항상 했던 대로, 매년 해온 대로 최선을 다해 준비한다"고 강조했다.

젊은 선수들 앞에 '모범' 그 자체다. 우규민은 "요즘은 다들 비시즌 준비를 잘하더라.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저런 상황들에 대해 예측하는 것 뿐이다. 모르고 닥쳐오는 것보다는 예상하고 준비하는게 편하니까"라며 웃었다.

KT 우규민. 스포츠조선DB
"매시즌 첫 캐치볼을 하기 직전까지가 가장 걱정되고 불안하면서도 설렌다. 공이 딱 제대로 날아가면 아 올해도 할만하구나 싶다. 솔직히 내가 뭘 가르치기보단 어린 선수들에게 내가 배우고 있다."

우규민은 1985년생으로 LG 김진성과 동갑이다. 친구는커녕 이제 80년대생을 찾기도 만만찮다. 이번 KT 스프링캠프에서 투수는 우규민, 타자는 김현수(1988년생) 각각 한명 뿐이다. 박지훈을 비롯한 올해 신인들은 2007년생, 우규민과는 22살 차이다.

우규민은 "요즘 베테랑들 만나면 컨디션이나 부상에 대해 묻는게 아니라 몸상태를 물어본다. '혈압 이상없어? 호흠 괜찮아? 간 건강해?' 뼈보다는 내장 쪽이다. 안부 인사를 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3년만 더하면 2010년생을 만날 수 있다. 4세대(40년)와 같이 뛰는 셈이다. 야구 너무 오래 했네. 그러니까 내가 더 잘해야지. 이제 개인적인 목표는 한국시리즈 무대에 서는 것, 그리고 우승반지를 끼는 것 뿐이다. 하나 덧붙인다면 우투수 최초 1000경기 등판. 지금까지처럼 몸관리를 잘하면 가능한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올스타전에 출전한 KT 우규민. 스포츠조선DB
오랜 선수생활의 노하우도 살짝 꺼내들었다. 우규민은 "불펜 투수들은 서로 믿고 의지해야한다. 평균자책점보다는 승계주자 실점율이 중요하다. 내 뒷 투수가 잘 막으면 내 자책점이 떨어지는 거니까. 그 슬픔을 함께 할 줄 알아야 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멸종해가는 '잠수함' 투수의 명맥을 이어온 투수이기도 하다. 정통 언더의 교과서라던 박종훈(SSG)도 팔을 올리는 시대, 국가대표 에이스 고영표도 자동볼판정 시스템(ABS)에 고전하는 시대다. 이제 우규민 정도의 팔 높이를 가진 선수도 많지 않다.

"아무래도 좌타자 상대하는게 점점 힘들어지고, ABS도 그렇다. 횡적인 변화구를 잘 던지지 못하니까 스트레스를 받는다. 또 원래 사이드암의 로망이자 묘미는 우타자 바깥쪽에 꽂히는 뱀직구인데, 이젠 스트라이크가 잘 안되니까. 그래도 또 빈틈을 찾아내는게 야구의 재미 아니겠나 싶다."


질롱(호주)=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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