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뉘앙스의 차이였을까.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타자에 전념하기로 한 결정에 대한 물음표가 이어지고 있다.
오타니는 2023년 9월 두 번째 토미존 수술을 했다. 2024년 지명타자 역할에 전념했고, 지난해 6월이 돼서야 투수로 복귀해 투-타 겸업 이도류 재시동을 걸었다. 오타니는 정규시즌 14경기 47이닝 평균자책점 2.87을 기록했고, 포스트시즌 4경기 20⅓이닝 2승1패, 평균자책점 4.43을 기록하면서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2연패에 공헌했다.
이런 오타니가 2023년 대회에 이어 이번 WBC에서도 이도류를 펼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특히 2023년 대회 결승전에서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미국 주장 마이크 트라웃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포효하는 명장면을 만들어냈던 만큼, 그의 WBC 이도류 복귀에 세계의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오타니가 이번 WBC에서 마운드에 서는 모습은 볼 수 없게 됐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최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팬패스트에서 "오타니는 WBC에서 마운드에 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WBC에서 던지지 않는 것은 오타니 본인의 결정"이라며 "만약 그가 던지겠다고 했다면 그렇게 하도록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였다. 월드시리즈 3연패를 노리는 다저스는 올 시즌 오타니의 이도류를 전제로 시즌을 준비 중이다. 상위 타자 역할 뿐만 아니라 선발 한 자리를 맡아줄 것으로 기대 중이다. 이런 가운데 막 재활을 마친 오타니가 WBC에서 부상한다면 시즌 구상 자체가 바뀔 수밖에 없다. 결국 다저스가 오타니의 WBC 투수 등판은 이닝 제한 내지 불가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돼 왔다.
하지만 오타니는 로버츠 감독 발언 전 다른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미국 매체 오퍼레이션스포츠는 2일(한국시각) '오타니는 당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WBC 등판은) 몸 상태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류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타니와 로버츠 감독의 발언 간에 차이가 있는 부분을 두고는 '(오타니의 발언은) 그의 통역을 거쳐 취재진에 전달됐다'며 통역 문제 가능성을 제기했다.
물론 오타니와 로버츠 감독이 정반대 입장을 보였을 가능성은 낮다. 통상 공식적인 자리를 앞두고 취재진과 따로 만나는 선수가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오타니의 발언 역시 취재진에게 평이한 수준의 대답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어진 행사에서 구단 입장을 밝히는 자리에 위치한 로버츠 감독에게 공을 넘겼다고 해석할 만하다. 결국 오타니가 구단과 조율 하에 WBC에서는 타자 역할에 집중하고, 시즌에 대비하기 위해 투구는 봉인하는 결정을 미리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투수로 복귀한 오타니는 직구 최고 구속 101.7마일(약 164㎞)을 기록했다. 수술 이전인 2002년(97.3마일, 약 157㎞)보다 더 빨라진 구속으로 화제를 모았다. 만약 WBC에서 마운드에 섰다면 2023년 트라웃과의 맞대결 때처럼 애런 저지(미국)를 상대한 모습을 연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타니와 다저스 모두 시즌에 초점을 맞추면서 '꿈의 대결'은 이뤄지지 못하게 됐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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