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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새해를 맞이한 아프리카 대륙 앞에는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놓여 있다. 지난 1년간(2025년) 전 세계를 휩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와 거래 중심적 외교 정책은 아프리카의 정치·경제 지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 과거 원조와 협력의 틀 안에서 움직이던 미-아프리카 관계는 이제 철저한 실리와 자원 안보 위주의 '거래'(Transaction) 관계로 재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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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아프리카 경제는 대외적 충격과 내생적 성장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인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미국의 '해방의 날'(Liberation Day) 행정명령에 따른 보편 관세 도입이다. 2025년 출범 직후 트럼프 행정부가 단행한 10∼20%의 상호 관세는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자동차 부품 산업이나 레소토의 의류 제조업은 관세 폭탄으로 인해 고용 위기를 겪으며 '미국 우선주의'의 파고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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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 잠비아, 기니와 같은 자원 부국들은 오히려 미국 기업들의 투자가 집중되며 호황을 누리지만, 자원이 부족하고 제조업 경쟁력 역시 취약한 국가들은 경기 침체의 늪에 빠지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인구의 60%가 25세 이하인 젊은 인구 구조가 창출하는 내수 소비 시장 또한 외부 충격을 완화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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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아프리카 내 독재 정권이나 군부 세력에게는 일종의 '면죄부'로 작용하고 있다. 사헬 지대의 쿠데타 벨트 국가들은 서방의 민주화 요구를 비웃으며, 미국과는 자원과 대(對)테러 협력을 논의하고 중국과 러시아와는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다각도 외교를 펼치고 있다. 2026년 현재 아프리카의 정치는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우려와 '전략적 자주권' 확보라는 기대가 엇갈리는 복합적인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의 통상 압박은 역설적으로 아프리카 내부의 단결을 촉발했다. 2026년은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가 선언을 넘어 이행과 운영이 가속화되는 시기가 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아프리카 국가들과 개별적인 양자 무역 협정을 요구하며 대륙의 통합력을 약화하려 함에 따라, 아프리카연합(AU)은 역내 관세 철폐와 물류 통합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6년을 전후로 아프리카의 역내 결제 환경은 범아프리카 결제 및 정산 시스템(PAPSS)과 핀테크가 병존하는 다층적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PAPSS가 국가 간 무역 결제의 제도적 틀을 제공하는 한편, 실제 소비와 소액 거래에서는 민간 핀테크의 영향력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달러 의존도를 완화하고 역내 교역 확대의 기반을 점진적으로 넓히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6년 우리가 마주한 아프리카는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초래한 불확실성은 우리에게도 도전인 동시에 기회다. 미국과 중국이 자원과 패권을 두고 충돌하는 사이, 아프리카 국가들은 기술력과 진정성을 겸비한 '제3의 파트너'를 갈구하고 있다.
한국은 아프리카에 단순한 자원 개발 협력을 넘어, 그들이 간절히 원하는 '산업화의 경험'과 '디지털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다. 아프리카는 이제 더 이상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들의 자주적 열망과 미국의 실리주의 사이에서 한국만의 정교한 'K-아프리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김명희 부사장
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부사장, 단국대 중동·아프리카학 박사, 헬싱키 경제대 MBA, 저서 '물어물어 찾아낸 나의 친구 아프리카', 아프리카지역본부장·파리관장·케냐관장·알제관장·소피아관장 등 역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