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 타이거즈 우완투수 사이키 히로토(28)는 지난해 말 구단에 메이저리그 도전 의지를 전달했다. FA가 되기 전에 메이저리그로 가려면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야 하는데 반드시 구단 승인이 필요하다. 선수의 꿈이 중요하다고 해도 매년 우승을 노리는 팀이 에이스를 선뜻 내주기는 어렵다. 사이키는 지난해 24경기에 선발로 나가 12승(6패)을 올리고, 평균자책점 1.55를 기록했다. 팀을 센트럴리그 우승으로 이끌고, 평균자책점 1위를 했다. 2017년 신인 3지명으로 입단해 9년 만에 첫 개인 타이틀을 따냈다.
리그를 대표하는 선발투수. 그런데 WBC 일본대표팀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 사이키보다 성적이 떨어지는 다카하시 히로토(24·주니치 드래곤즈), 다네이치 아쓰키(27·지바 롯데 마린즈)도 뽑혔는데 말이다.
다카하시는 지난해 25경기에서 8승10패-평균자책점 2.83, 다네이치는 24경기에서 9승8패-2.63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성적이지만 사이키가 확실히 앞선다. 다카하시는 루키 시즌을 치른 직후인 2023년 WBC에 파격적으로 발탁됐다. 두 대회 연속 대표 선발이다.
사이키는 대표팀 30명 엔트리가 확정된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말 이미 마음을 비웠다고 했다. 스타일이 비슷한 다네이치가 1차 발표 명단에 포함되자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대회에 출전하려면 그에 걸맞은 성적을 내면 된다. 이번에 선택을 못 받은 건 실력이 없어서다"라며 아쉬움을 삼켰다.
최고 전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대표 선발에 편견이나 사감이 작용할리 없다.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대표팀 감독(51)은 큰 그림을 그리면서 디테일을 고민했을 것이다. 사이키가 제외된 걸 두고 팀별 안배 차원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대표팀엔 메이저리그 선수가 9명, 국내리그(NPB) 소속이 21명이다. 지난해 센트럴과 퍼시픽리그, 우승팀 한신과 소프트뱅크 호크스 선수가 각각 4명이다.
한신에선 지난해 연속 무실점 신기록을 세운 특급 구원 이시이 다이치(29), 베테랑 포수 사카모토 세이시로(33), 40홈런을 친 3루수 사토 데루아키(27), 외야수 모리시타 쇼타(26)가 선발됐다. 이들 모두 해당 포지션의 최고 선수다. 센트럴리그 6개팀에서 9명이 선발됐는데, 한신 선수가 절반에 육박한다.
이바타 감독은 나머지 요미우리 자이언츠, 요코하마 베이스타즈, 히로시마 카프, 야쿠르트 스왈로즈, 주니치에서 한명씩 뽑았다. 전력이 좋은 팀, 우수 자원이 많은 팀에서 대표선수가 많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리그 전체를 보면 팀간 밸런스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예외가 있다. NPB 12개팀 중 유일하게 라쿠텐 이글스가 빠졌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한국과 친선 경기 땐 우완투수 후지하라 쇼마(27)와 니시구치 나오토(29), 내야수 무라바야시 이쓰키 (29)가 참가했는데, 이번엔 한 명도 들어가지 못했다. 3년 전엔 마무리 투수 마쓰이 유키(31·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라쿠텐 선수로는 유일하게 출전했다.
오릭스 버팔로즈가 3명, 니혼햄 파이터스와 세이부 라이온즈가 2명으로 한신과 소프트뱅크 뒤를 이었다. 12개팀 중 6개팀이 1명씩 대표 선수를 배출했다.
오타니 쇼헤이(32·LA 다저스)가 '이도류'를 포기하고 타자로만 뛰게 돼 투수가 14명이 됐다. 2023년 우승 땐 오타니를 포함해 16명이 투수였다.
한편, 한국대표팀엔 롯데 자이언츠, 키움 히어로즈 소속 선수가 없다. LA 트윈스 선수가 6명으로 가장 많고, 한화 이글스가 5명, KT 위즈가
4명으로 뒤를 잇는다. 투수와 야수를 15명씩 뽑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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