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설상, 더 오르는 빙상… 쇼트트랙은 10일 간다 '정상'
상 상 상. 지난 5일 한 신문이 쓴 기사 제목이다. 끝소리가 같은 낱말 셋으로 말맛을 냈다. 눈(雪) 위에서 하는 종목의 메달 수확 가능성은 떠오르고 얼음(氷) 위에서 하는 종목의 메달 수확 가능성은 더 오르고 쇼트트랙 종목의 메달(금) 수확 가능성은 크다고 어림할 수 있겠다. 그보다 하루 앞서 다른 한 신문은 '1990년대생 엄마' 이슈를 다루는 기사에 '안 낳거나 둘 낳거나'라는 제목을 달았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여 기사를 돋보이게 한 거라고 이 또한 어림할 수 있겠다.
이런 말 맞추기가 낱말 단위에서 된 게 첩어와 준첩어다. 같은 말을 붙여 쓰면 첩어(疊語)이고 소리나 뜻이 비슷하지만 한 글자 다른 말을 붙여 쓰면 준첩어(準疊語)이다. 소곤소곤 웅성웅성 와글와글 / 엉금엉금 힐끗힐끗 두리번두리번의 예처럼 의성, 의태어에서 첩어는 크게 활약한다. 그러나 잘만 쓰면 글을 더 빛나게 하는 쪽은 준첩어다. 한 글자만 다른데도 말맛이 더하고 쓸모가 좋다.
백우진의 『단어의 사연들』이 정리한 네 글자 준첩어를 보자. 가시버시(부부) 갈팡질팡 곰비임비(물건이 거듭 쌓이거나 일이 계속 일어남을 나타내는 말) 그나저나 그럭저럭 눈치코치 뒤죽박죽 들락날락 들쭉날쭉 아기자기 아등바등 아롱다롱 아리까리 아웅다웅 안달복달 알쏭달쏭 알콩달콩 애면글면(몹시 힘에 겨운 일을 이루려고 갖은 애를 쓰는 모양) 어리바리 억박적박(뒤죽박죽 어긋나 있는 모양) 얼기설기 이나저나 이도저도 이런저런 흥청망청. 여섯 글자도 있다. 곤드레만드레 미주알고주알 어중이떠중이 흥이야항이야(관계도 없는 남의 일에 쓸데없이 참견하여 이래라저래라 하는 모양) 휘뚜루마뚜루(이것저것 가리지 아니하고 닥치는 대로 마구 해치우는 모양).
넓혀 보자면 [이런말저런글]도 준첩어다. 매일매일 다른 주제를 세우고 재료를 모아모아서 글을 쓰는 것이 바로 애면글면하는 꼴이다. 그러느라 이런저런 자료는 발치에 곰비임비 쌓여만 가고 변변치 않은 글감이라도 끝끝내 엮어서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휘뚜루마뚜루' 정신은 절절하다. 가끔은 글을 쓰고 나면 (이희승/먹추의 말참견). 글감은 그러다 문득문득 샘솟는 것이니까.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백우진, 『단어의 사연들』, ㈜웨일북, 2019 (성남시 전자도서관, 제공처 YES24)
2. 경향신문, 떠오르는 설상, 더 오르는 빙상…쇼트트랙은 10일 간다 '정상' (입력 2026.02.05 20:05 수정 2026.02.05 20:09) - https://www.khan.co.kr/article/202602052005005
3. 중앙일보, [단독] 안 낳거나 둘 낳거나…90년대생의 출산 결심 [90년대생 엄마가 온다] (입력 2026.02.04 05:00 업데이트 2026.02.04 07:38)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2499
4.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첩어(疊語) -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56214
5.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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