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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승을 보면 정규시즌 우승이 보인다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8-02-04 10:15


KIA 양현종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골든포토상을 받은 뒤 한국시리즈 우승 때 포효했던 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soun.com

야구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기본 적인 요건 중 하나는 선발이다. 144경기를 하는 장기레이스인 프로야구는 선발 투수가 긴 이닝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불펜 투수를 많이 기용하다보면 아무리좋은 불펜 투수들이 많아도 과부하가 걸려 결과가 나빠질 수 있다. 점수를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막아내야 승리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진다.

최근 KBO리그를 보면 선발승이 많은 팀이 좋은 성적을 차지했다. 특히 최근 7년간은 최다 선발승 팀이 정규시즌 우승까지 이뤄냈다.

지난해 KIA 타이거즈는 87승을 거둬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 중 63번이 선발승이었다. 양현종과 헥터 노에시가 나란히 20승씩을 거뒀고, 팻 딘이 9승, 임기영이 8승을 더했다. 정용운이 3승을 했고, 심동섭과 김진우가 각각 1승씩을 챙겼다.

선발승이 두번째로 많은 팀이 넥센 히어로즈로 52승이었고,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SK 와이번스가 나란히 51승을 거뒀다. 불펜진이 좋은 NC는 50번의 선발승을 챙겼다.

2016년엔 두산 베어스의 판타스틱4가 75승으로 역대 최다 선발승 신기록을 세웠다. 더스틴 너퍼트가 21승, 보우덴이 18승을 거둬 외국인 투수 2명이 무려 39승을 했다. 국내 좌완 듀오 장원준과 유희관이 각각 15승씩을 거둬 선발 4명이 69승을 챙겼다. 여기에 허준혁이 4승을 더했고, 고원준과 안규영이 1승씩을 했다. 워낙 좋은 선발진이 시즌 초부터 안정감을 보였고, 여기에 강한 타선까지 더해지며 역대 최다승인 93승을 거뒀다.

2015년에도 삼성 라이온즈가 65번의 선발승으로 NC(63승)를 제치고 1위에 올랐고, 정규시즌 우승도 가져갔다. 당시 윤성환(17승) 피가로(13승) 차우찬(12승) 클로이드(11승) 장원삼(10승) 등 5명의 선발 투수가 모두 두자릿수 선발승을 거두는 최초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선발 투수들이 던진 이닝이 무려 850이닝으로 가장 많았다. 경기당 평균 6이닝씩을 던졌다는 뜻으로 그만큼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는 얘기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도 가장 많은 선발승을 거둔 삼성이 정규리그 우승까지 챙겼다. 최근 10년을 볼 경우 2009년 KIA의 우승도 58승으로 가장 많은 선발승을 거둔 덕택이었다. 예외는 2007, 2008, 2010년 우승팀인 SK 와이번스였다. 믿을 수 있는 선발을 제외한 다른 선발 투수가 나올 경우엔 리드한 상황에서도 5회 이전에 불펜 투수를 기용해 승리를 지키는 김성근 감독의 전략이 통했다. 하지만 이때도 SK는 선발승 1위는 하지 못했지만 모두 2위에 오르며 안정된 선발진을 자랑했었다.

선발승이 많은 팀이 정규리그 우승을 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공-수에서 팀 전력이 안정됐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선발 투수가 승리투수 요건인 5이닝 이상을 많이 던져주고, 타선이 선발 투수가 던지는 사이에 리드를 잡는 득점을 해주고, 불펜 투수들이 그 리드를 끝까지 막아줘야 선발승이 기록될 수 있기에 모든 것이 잘 맞아 떨어져야 한다.


KIA는 지난해 좋은 모습을 보인 4명의 선발진이 건재하다. 두산은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바꾸면서 승부수를 띄웠고, SK는 김광현이 복귀하게 돼 더 좋은 선발진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올시즌엔 어느 팀이 최강 선발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우승컵을 가지게 될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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