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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구속사태, 그래도 넥센이 굳건한 이유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2-04 12:37



"여러 방면으로 대책을 준비해뒀다."

프로야구 구단의 현직 대표이사이자 실질적인 구단주가 전격 법정 구속됐다. 넥센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가 지난 2일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4년형을 받고 구치소에 갇혔다. 프로야구계에서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당장 넥센 구단의 앞날이 암울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심심치 않게 '매각설'까지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사태가 구단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정도로 절망적인 건 아니다. 심각한 사태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래도 구단은 건재할 수 있다. 이미 내부적으로 이런 일을 대비해 여러 방안을 마련해뒀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수단은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차분하게 치르고 있다.

우선 히어로즈 구단에 이번 일은 전혀 갑작스러운 사태가 아니다. 지난 2016년 9월에 검찰에 의해 기소돼 1심 선고가 나오기까지 만 1년5개월이나 걸린 사건이다. 이는 곧 구단 내부에서도 이 일의 진행 추이와 결과에 따른 여파 분석을 할 시간이 충분했다는 뜻이다. 최악의 경우까지도 가정해놓고, 실제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구단 운영을 정상적으로 이어갈 것인가에 관해 내부적으로 이미 정리가 된 상황이다. 그래서 넥센 관계자 역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지만, 당황스럽지는 않다. 구단 역시 흔들리지 않고 운영될 것이다. 여러 대책을 마련해뒀다"고 말했다.

여러 대책 중 하나가 바로 구단 운영 시스템의 변화였다. 넥센은 2017시즌에 앞서 고형욱 단장-장정석 감독 체제를 출범시켰다. 이와 동시에 구단의 대표이사도 단독 체제에서 '각자대표' 체재로 변환했다. 외부적으로는 이장석 대표가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고 최창복 대표이사가 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실은 이 대표와 최 대표의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각자대표'는 공동대표와는 달리 대표이사 각자가 한 법률 행위가 그대로 효력을 발생시킨다. 예를 들어 공동대표 시스템에서는 A대표와 B대표가 모두 사인을 해야 효력이 발생하지만, 각자대표 체제에서는 두 명의 대표 중 한명만 결제해도 법적 효력이 생긴다. 결국 히어로즈 구단은 이 대표가 구단 운영에 관여할 수 없는 사태, 즉 구속까지도 가정했던 것이다. 최 대표와의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해둔 건 바로 이런 이유로 볼 수 있다. 최 대표는 야구와 오랜 관계가 있는 인물이다. 현대 유니콘스 창단 원년(1996년) 때부터 프런트로 일했고, 이후 유니콘스 해체와 히어로즈 창단 등을 거치며 현재까지 사실상 한 구단에 몸담고 있다. 그래서 일단 구단 운영 자체에 관해서는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에서 진행 중인 넥센 히어로즈의 스프링캠프 모습. 장정석 감독과 심재학 수석코치가 선수들의 타격 연습을 지켜보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홍성은 레이니어 그룹회장과의 구단 지분 분쟁도 구단 운영 자체에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 히어로즈 구단의 지분이 걸려있지만, 법률적으로 볼 때 이는 홍 회장과 이 대표, 개인간의 채무 분쟁이다. 재판을 통해 이 대표가 홍 회장에게 투자금액에 따른 주식 지분을 넘겨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지만, 이 대표는 그 만큼의 주식이 없으니 현금으로 갚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민사적 분쟁은 강제집행력이 없다. 결국 두 사람이 합의해야 풀리는 문제인데, 이 대표가 법정 구속됐기 때문에 개인간 합의도 쉽지 않다. 결국 당장 히어로즈의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일은 없을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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