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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커스]넥센 히어로즈, 신임대표 선임에 담긴 뜻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2-19 12:44


◇넥센 히어로즈 박준상 신임 대표이사.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이장석 전 대표의 구속 공백의 최소화와 대외 이미지 개선.

19일 넥센 히어로즈가 발표한 박준상 부사장의 신임 대표이사 사장 선임의 실질적 의미는 이렇게 정리될 수 있다. 이 전 대표의 공백을 최대한 메우는 동시에 대외적으로 구단의 안정적 운영 의지를 공표한 셈이다. 히어로즈 구단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박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이 전 대표는 모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향후 박 신임 대표가 KBO 이사직을 포함 각종 대내외적 활동 등 구단 경영 전면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기존 이 전 대표와 '각자 대표' 체제로 구단 내부 운영을 총괄하던 최창복 대표이사는 기존 직위를 유지한 채 종전과 같은 업무를 책임지게 된다. 결국 KBO 이사회 참석 등 대외 관련 업무 및 구단 경영은 박 신임 대표가, 구단 내부 운영 업무는 최 대표가 하게 되는 셈이다. 실질적으로 박 신임 대표는 이 전 대표의 업무를 그대로 승계했다고 볼 수 있다.


◇1심에서 징역 4년형 판결을 받고 구속 수감 중인 넥센 히어로즈 이장석 전 대표. 스포츠조선 DB
▶이장석 전 대표의 구속 공백 최소화

이 같은 조치는 두 가지 요인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는 이 전 대표의 법정 공방 장기화를 대비한 포석이다. 현재 이 전 대표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수감 중이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9부(부장판사 김수정)에 의해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 중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난 건 아니다. 이 전 대표의 법무 대리인은 이미 지난 5일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서울고등법원으로 올라간 항소심은 향후 6개월 이내에 판가름난다. 결국 최소한 6개월은 이 전 대표가 구단 운영에 전혀 개입할 수 없다. 더불어 항소심 결과에 따라 대법원 상고 가능성도 열려있다.

때문에 구단으로서는 이 기간 동안 경영 업무 공백을 방치할 수 없는 입장이다. 히어로즈 전신인 현대 유니콘스 1군 매니저 출신의 최 대표는 구단 운영 업무는 맡을 수 있지만, 경영이나 대외 업무에 관한 경험은 없다. 따라서 이 전 대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전문 경영인이 필요했다. 그 역할을 구단에서 이미 경영 파트를 관여해 온 박 신임대표에게 맡긴 것이다.

박 신임대표는 미국에서 고교와 대학(뉴욕대학교 정치외교학)을 마친 뒤 대우 국제금융팀과 안랩 기획팀장, 아서디리틀 코리아 지사장을 거쳐 지난 2016년 9월부터 넥센 히어로즈 부사장으로 재임해왔다. 그는 부사장 재임기간 동안 경영 인프라 구축, 영업마케팅 역량 강화 등 구단 내 경영 파트에 관여해왔다. 이런 이력을 감안하면 히어로즈 구단이 내부적으로 최선의 대안을 꺼낸 셈이다.


▶스폰서 기업들을 향한 메시지


신임 대표 선임의 다른 요인은 바로 대외적으로 구단의 안정성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특히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스폰서 기업을 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는 지난 14일 구단의 메인 스폰서 기업인 넥센 타이어의 공식 입장 발표와 연관돼 있다. 당시 넥센 타이어는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의 서울 히어로즈 프로야구단의 경영 및 구단 운영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앞으로 좀 더 투명하고 건전하며 팬들에게 사랑 받는 팀으로 거듭 나기 위한 구체적인 개선안과 일정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히어로즈 구단은 창단 때부터 다른 구단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프로야구단의 건전한 이미지를 통한 홍보 효과를 원하는 여러 기업들과 크고 작은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해 이를 바탕으로 구단의 운영 자금을 마련해왔다. 결국 구단의 이미지가 실질적 운영 자산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 이 전 대표의 유죄 판결 및 법정 수감은 구단 이미지, 즉 자산에 큰 손실이다.

2010년부터 메인 스폰서를 맡아 온 넥센 타이어의 공식 입장 표명 역시 이런 상황과 궤를 같이 한다.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5.3%(1853억원)나 감소한 넥센 타이어로서는 히어로즈 구단의 이미지 추락을 간과할 수 없었다. 히어로즈 구단 역시 올해까지 9년 동안이나 메인 스폰서를 맡아 온 넥센 타이어의 공식 입장 표명을 가볍게 볼 입장이 아니었다.

결국 이번 신임대표 선임의 또 다른 의미는 넥센 타이어의 공식 입장 표명에 대한 화답인 동시에 다른 스폰서 기업들을 향한 메시지인 셈이다. 넥센 관계자는 이에 관해 "지난 설 연휴 시작 전 등기 이사회의 회의를 통해 신임대표 선임건이 결정됐다. 구단 운영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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