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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이 컸던 금메달이었다. 선수들이 압박감을 크게 느꼈을 것이다."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에는 "국제대회에서 감독으로서 첫 출발이나 마찬가지라 부담감이 컸다"며 스스로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회 기간에 선수들이 굉장히 큰 부담과 압박감을 갖고 임하다 보니 경직된 플레이가 많았다"고 역시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했다. 결국 대표팀이 심리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난관을 겪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선 감독과 대표팀을 경직되게 만든 부담감과 압박감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과연 누가 한국 야구대표팀을 그렇게 힘들게 만들었던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당연시하는 국민들의 큰 기대감? 그렇지 않다. 요즘 세대는 만약 최선을 다 했는데도 패했다면, 거기에 박수를 보낼 줄 안다.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따낸 다른 종목 선수들이 아낌없는 성원과 격려를 받은 것을 보면 세대의 인식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비판 여론은 대체 왜,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것일까. 바로 여기에 핵심이 있다. 야구 대표팀에 대한 불편한 시선과 비판 여론이 가장 먼저 만들어진 시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바로 지난 6월 최종 엔트리 발표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고의 선수들을 뽑겠다"는 말과는 부합하지 않는 선수선발. 그리고 명확하지 못한 일방적 설명. 공식적인 경로가 아닌 개인적으로 '부탁'해 이뤄진 대학선수의 배제 등. 결국은 비상식적인 선수단 구성에서부터 여론은 악화되기 시작했다. 애초에 합리적인 팀 구성과 명확한 소통이 선행됐다면 야구대표팀은 온 국민의 성원과 지지를 받으며 부담없이 경기에 임했을 것이다.
마치 지난해 APBC대회 때처럼 말이다. 당시 선 감독과 대표팀은 성적이 좋지 못했더라도 '미래'에 대한 기대감 덕분에 박수를 받았다. 결국 여론과 벽을 쌓고, 부담감과 압박감에 대표팀을 몰아넣은 장본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선 감독이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