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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는 감독들의 요람?
두산에게는 어딘가 익숙한(?) 장면이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시기에 한용덕 당시 수석코치가 한화 이글스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했었다. 두산은 2년 연속 수석코치를 타팀 감독으로 내줘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물론 타팀 수석코치 이하의 자리로 간다면, 두산도 기분이 나쁘거나 오해를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야구계에서는 더 높은 보직, 특히 감독직을 제안받은 경우에는 경쟁팀으로 옮긴다 하더라도 대승적 차원에서 수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로야구 감독직은 오직 선택받은 10명만 할 수 있는 '꿈의 직장'이다. 만류할 명분이 없다.
물론 두산처럼 안정된 전력으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있는 팀의 입장에서는, 좋은 코치가 팀을 떠나는 게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특히 한용덕 감독이나 이강철 수석코치 둘 다 투수 파트 전문가다. 어느 팀이나 가장 신경쓰는 분야다. 지난해 한용덕 감독이 팀을 떠난 후에도 2군 감독으로 있던 이강철 코치를 1군 수석코치로 올려 빈 자리를 채웠고, 다행히 국내 선발 투수들의 부진 속에서도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과 이용찬, 이영하 등 성공적인 마운드 운영으로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두산은 벌써 다음 시즌 코칭스태프 구성 걱정을 해야할 처지다.
'화수분 야구'로 불릴만큼 두산은 현재 KBO리그 최고 전력을 자랑하는 팀이다. 지난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지난 4년 동안 흔들림 없이 강팀으로 군림했다. 지난해 비록 우승을 놓쳤지만, 올해 다시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해냈다. 대형 FA(자유계약선수)를 비롯해 큰 돈을 쓰지 않고도 꾸준히 젊고 기량이 빼어난 선수들을 자체 육성하는 시스템 구축이 잘 돼있다. 한화나 KT 모두 성적이 절실한 팀이다.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왔던 길이 아닌, 다른 방향을 가야한다고 결론을 내렸고 두산의 선수 육성 방식을 이상향으로 설정한 셈이다.
한용덕 감독은 부임 첫 시즌인 올해 '한화 돌풍'을 일으키며 11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구단의 선택이 옳았음을 어느정도 증명했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후 KT 유니폼을 입게 될 이강철 신임 감독은 어떨까. 두산 출신 감독 열풍이 앞으로 더 이어질 수 있을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