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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메릴 켈리가 팀에 귀중한 승리를 선물하며, 큰 경기에 약하다는 오명을 확실히 날렸다.
켈리는 2015년부터 SK 유니폼을 입고 지난해 16승을 거두는 등 KBO리그에서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큰 경기에 약하다는 이미지가 생기고 말았다. 2015년 첫 시즌 넥센 히어로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두 번째 투수로 나와 3이닝 2실점하며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와신상담 후 지난해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선발로 나섰지만 2⅓이닝 8실점 최악의 투구를 하고 팀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특히,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직접 지켜본 트레이 힐만 감독이기에 이번 포스트시즌 켈리 활용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김광현이 팔꿈치 수술 후 건강하게 돌아와 중요한 플레이오프 1차선발 자리를 맡길 수 있었지만, 켈리까지 원투펀치가 힘을 내줘야 플레이오프 승리에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도 노려볼 수 있었다.
팀의 운명이 걸린 5차전에서도 명예 회복에 실패했다. 선발 김광현에 이어 승리에 쐐기를 박기 위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는데, 2⅔이닝 5실점(3자책점)을 기록하며 5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9회 동점을 내준 원흉이 됐다. 팀이 연장 승부 끝에 이겼기에 망정이지, 만약 패했다면 켈리에게 큰 충격이 될 뻔했다.
그렇게 잡은 설욕의 기회. 앞선 경기들도 중요했지만, 이 한국시리즈 선발 경기는 켈리가 KBO리그 데뷔 후 마주한 가장 중요한 경기였다. 켈리는 4-2로 앞서던 6회 1사 만루 위기를 스스로 넘기며 포효했고, 7회까지 막아낸 후 기립박수를 받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SK는 김태훈과 앙헬 산체스라는 두 필승 불펜 중 산체스가 3차전 외국인 출전 쿼터 상 뛸 수 없어 켈리가 최대한 긴 이닝을 끌어줘야 했다. 켈리는 그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냈다.
켈리는 미국 메이저리그 팀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를 체크하귀 위해 많은 메이저리그 구단 관계자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켈리 입장에서 일이 잘 풀린다면, 내년에 그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일단 3차전 완벽한 투구로 SK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었다. 이어지는 시리즈, 우승까지 이끈다면 완벽한 마무리가 될 수 있다.
인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