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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함을 풀고자 하는 자리였는데, 방향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하루 아침에 승부조작 선수로 몰린 선수들은 펄쩍 뛰었다.
하지만 이태양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과정에서 당시 승부조작 혐의가 있었다는 다른 선수들의 실명을 공개했다. 이태양이 직접 정대현(사회복무) 문성현(넥센) 김택형(SK 와이번스) 이재학(NC) 김수완(은퇴)의 이름을 언급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제시한 자료에는 올시즌 세이브왕 정우람(한화 이글스)의 이름도 여러차례 등장했다.
문우람, 이태양 측은 이들이 승부조작을 했다고 자신들이 주장하는 게 아니라, 당시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 등에서 비슷한 혐의로 해당 선수들의 이름이 수차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자신들만 타깃으로 정했느냐에 대한 억울함의 표시였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역풍을 맞게 됐다. 아무리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나왔던 이름이라 하더라도,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들의 실명을 공개하자 해당 구단과 선수들이 펄쩍 뛰게 됐기 때문이다. 이 논란으로 이날 열린 2018년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도 참석하지 못한 정우람은 "빠른 시간 안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열을 올렸고, 김택형의 소속팀 SK도 "본인의 잘못이 있는 것으로 밝혀질 경우 어떠한 조치도 달게 받겠다고 했고, 사실이 아닌 경우 자신과 구단에 피해를 준 두 사람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정대현과 문성현을 데리고 있는 넥센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고, 방출 후 군 복무를 하고 있는 김수완 역시 전 소속팀 두산을 통해 억울함을 표시했다. 이태양으로부터 이번 논란의 핵심으로 지목된 NC 구단은 이태양의 주장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실명 언급은 사실 문우람과 이태양 두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게 없다. 자신들이 자료를 통해 주장한 검찰의 부당한 수사쪽에 포커스가 맞춰져야 하는데, 실명 언급으로 인해 선수들의 승부조작 논란 쪽으로만 여론의 시선이 몰리면 자신들이 의도한 바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KBO는 이 문제에 대해 "각 구단을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겠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과연 이태양 폭로의 후폭풍은 얼마나 커질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