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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物議)
KBO 야구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는 '경기 외적인 행위와 관련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경우 실격 처분, 직무 정지, 참가 활동 정지, 출장 정지, 제재금 부과 또는 경고 처분 등을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품위를 잃은 프로야구 선수는 처벌을 받는다. 판단 기준은 '사회적 물의'다. 정도에 따라 징계 수위는 경중의 경계를 오간다. 문제는 이 판단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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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훈련 중 카지노 출입'이란 이번 케이스는 판단이 쉽지 않았다. '전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법원으로 따지면 '판례'가 없는 최초 판결이었다. 상벌위원들이 결론을 도출하기까지 3시간 가까운 격론이 필요했던 이유다.
해당 선수들은 '사진이 몰래 찍혀 커뮤니티에 올라가고 언론에 보도가 돼서 문제가 된 게 아니냐'고 억울해 할 수 있다. 하지만 더 강도 높은 징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팬들이 상당수인 것이 현실이다. 물론 여론을 참고 삼아 인민재판 처럼 징계를 내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상벌위원들의 판단을 더 어렵게 만든 것은 '파친코와의 형평성'에 있었다. 가장 많은 구단이 전지훈련을 가는 일본에서 많은 선수들은 휴식일에 머리를 식히기 위해 파친코장을 찾는다. 도박시설이 아닌 오락시설로 분류돼 있지만 사행성이 아예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정도는 달라도 돈을 따는 사람이 있고 잃는 사람도 있다. LG가 해당 선수들이 썼다고 KBO에 해명한 호주돈 500달러(약 40만원) 정도는 파친코에서 얼마든지 딸수도, 잃을 수도 있는 규모다.
오랜동안 구단들은 휴식일 파친코 출입을 금하지 않았다. 영업시간 제한이 있는데다 돈을 따고 잃는 규모가 다음날 훈련에 지장을 줄 정도가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다. 아이템을 주고받는 컴퓨터 게임 정도의 소일거리로 여겨왔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상황이 달라졌다. KBO는 '사행성 오락 게임의 클린베이스볼 위반 여부 판단에 대해 구단과 시행세칙을 논의해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파친코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이번 판결의 적정성을 두고 말들이 많다. 판결의 옳고 그름을 떠나 어떤 결론이든 논란을 부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제재의 경중보다 더 중요한 것은 KBO가 공식적으로 문제를 삼았다는 사실이다. 전지훈련 중이라는 공무수행 중에는 관광객 수준의 가벼운 베팅도 안된다는 분명한 '기준'을 세웠다. 선수들은 조금 더 불편해졌다. 의미 없는 조치는 아니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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