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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진단]논란의 새 포스트시즌 방식, 양대리그는 왜 안되는건가

기사입력 2019-12-27 07:00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10개 구단 단장들이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포스트시즌 시스템 개편안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들이 내놓은 포스트시즌 개편안은 2위팀이 1위팀과 승차를 2경기 이내로 좁힐 경우 3위팀과 치르는 플레이오프를 먼저 1승을 안고 시작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마찬가지로 3위팀이 2위팀과의 승차가 2경기 이내가 되면 1승을 갖고 4위팀과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도록 하고 있다. 시즌 막판까지 순위 및 승차 싸움이 치열해진다는 점, 상위팀에 어드밴티지를 준다는 점(정규시즌의 중요성 강조)이 팬들의 흥미를 유발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러나 새 방식 역시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시즌 막판 순위 싸움서 3위팀이 1위팀과의 경기에서 일부러 져 줄 수 있고, 정규시즌 2위팀이 1승을 안고 치르는 플레이오프를 단기간에 끝낼 경우 한국시리즈 직행팀의 메리트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출범 38년 동안 이런저런 방식을 취해봤지만, KBO리그와 같은 단일리그 포스트시즌은 어떻게 치르든 완벽한 공정성, 조직성을 취하기 어렵다. 정규시즌 우승팀이 유리하면 하나마나한 포스트시즌이 돼 흥미가 떨어지고, 하위팀들이 유리하면 정규시즌 우승팀의 가치가 사라진다. 지금 방식은 정규시즌 우승팀에게 유리하도록 돼 있지만, 이미 우승을 했는데 또다른 우승컵을 놓고 같은 리그 하위팀들과 또 대결한다는 게 구조적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포스트시즌 개편의 방향을 양대리그 제도로 맞추는 게 어떠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KBO는 1999~2000년, 두 시즌 동안 양대리그제(드림리그, 매직리그)를 시행한 적이 있다. 당시 8개팀 체제에서 리그별로 4개팀을 편성해 정규시즌을 소화하고, 각 리그 1,2위가 크로스 방식으로 플레이오프를 펼친 뒤 승자끼리 한국시리즈를 벌였다. 한 리그 3위팀 승률이 다른 리그 2위팀보다 높거나 같을 경우에는 준플레이오프를 열었다.

그러나 KBO는 이 제도 시행 2년 후 단일리그로 돌아갔다. 전년도 성적에 따라 지그재그 방식으로 리그를 나눴음에도 드림리그가 매직리그에 압도적인 우세를 나타내 심한 전력 불균형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당시 KBO이사회는 향후 10개 구단 체제로 확대되면 양대리그 재도입을 적극 검토한다고 했고, 리그간 전력 편중 완화를 위해 팀간 경기수에도 차등을 두겠다는 방법까지 거론했다.

그러나 10개팀 체제 출범 5년이 지났음에도 양대리그제 도입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양대리그 제도는 각 리그 챔피언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기 때문에 진정한 가을야구의 강자를 가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각 리그 1,2위팀이 준결승 성격의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그 승자들 즉, 리그 챔피언이 한국시리즈를 갖는 방식이다. 양 리그 3위팀 중 근소한 차로 탈락한 팀을 가을야구에 초대하고 싶다면 지금의 와일드카드 방식을 채택하면 된다.

그러나 KBO는 이 제도 도입의 어려운 점으로 두 가지를 들고 있다. 우선 경기 일정 짜기가 난해하다는 것이다. 리그의 독립성을 보장하려면 다른 리그 팀과의 경기수를 훨씬 적게 해야 하는데, 리그당 팀 수가 5팀, 즉 홀수라 부득이 다른 리그 팀간 경기를 매일 편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경기수 차등을 이상적으로 두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하나는 흥행력이 큰 팀과 다른 리그에 편성될 경우 관중 동원 측면에서 불리하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인기-비인기 팀간 매치의 균형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인데, 일리있는 말이다. 그러나 일정 문제는 메이저리그처럼 팀간 경기수 조정을 통해 다듬을 수 있고, 흥행 문제는 특정 팀 의존이 아닌 자체 마케팅 전략으로 풀어가는 것이 시대에 부합한다. 10개 팀을 나누는 문제도 전년도 순위에 따를 것인지, 연고지 위치로 나눌 것인지 등 논의를 통해 합리적 방안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KBO는 "일본처럼 리그별로 팀 수가 짝수가 되면 양대 리그제 도입을 적극 검토할 수 있으나, 지금 현실에서는 일정 뿐만 아니라 구단간 의견 조율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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