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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현장]'주환이도 가고, 재일이도 가고' 담담한 김태형 감독 "누군가에겐 기회"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21-02-04 07:20


두산 김태형 감독. 7년째 두산을 맡은 현역 감독 중 가장 연차가 높다. 스포츠조선DB

두산 베어스에서 FA가 우르르 쏟아질 때부터 모두가 함께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오재일은 삼성 라이온즈로, 최주환은 SK 와이번스로 떠났다. 벌써 수년째 주전 유출 반복. 양의지(NC 다이노스)를 떠나보냈을 때는 잠깐 속내를 엿보인 적도 있었다. 3일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만난 김태형 두산 감독의 표정은 담담했다.

김 감독은 "시즌 구상을 대충 마쳤다"고 했다. 마운드는 외국인 투수 2명이 첫 시즌이라 뚜껑을 열어봐야 하지만 팀내 경쟁이 가속화 됐다. 신진급 투수들의 눈빛이 무섭다. 김 감독은 "이미 우리팀 마운드 대세는 어린 선수들쪽으로 넘어갔다. 가능하면 이 친구들 옆에는 가지 않으려 한다. 시즌 준비 페이스가 너무 빠르다. 날 보면 오버 페이스할 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역시 걱정은 방망이다. 오재일과 최주환은 100타점을 기대할 수 있는 강타자들이다. 공백은 어쩔 수 없다. 마음이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 3번과 5번이 빠진 자리부터 채웠다. 3번은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5번은 박건우, 4번은 김재환. 여기에 정수빈과 허경민이 상위타선, 김재호는 수비부담으로 인해 타순을 살짝 내릴 참이다. 기존 선수와 보상 선수를 두루 보며 라인업을 완성하겠다고 했다.

구상이야 언제든 틀어질 수 있다. 제대로 굴러갈 때는 감독의 리더십이 딱히 필요할까. 뭔가 흐트러졌을 때, 상황이 복잡해졌을때, 돌파구를 찾기위해 모든 이들은 사령탑쪽을 바라본다.

김 감독은 "난, 운이 좋은 감독"이라고 했다. 좋은 선수들이 있어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고 말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두산만의 저력? 박건우는 "선수들끼리 공유하는 목표치가 우린 늘 높다. 그것이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늘 위를 바라보고 야구한다. 이러한 마음들이 모여 우리만의 힘이 된다"고 했다.

김 감독은 "좋은 선수들을 만났다. 역시 야구는 팀이 하는거라 생각한다. 선수, 프런트, 코칭스태프. 주위에서 상위권에 대한 부담을 이야기하지만 선수들에게 따로 말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알아서 긴장하고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오히려 나보다 선수들이 성적에 대한 부담, 더 발전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질 때가 많다"며 "내부경쟁이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장타력이 있는 김민혁에 대한 기대, 선발을 원하는 함덕주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이야기도 편하게 한다. 나머지 선수들이 알아서 이들과 선의의 공개경쟁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두산 선수들은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합숙중이다. 간혹 모이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십중팔구 야구 이야기. 감독의 선수들 자랑이다.


이천=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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