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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난 가을야구에서 잘한 적이 없다. 3만 사직팬을 볼 면목이 없다. 그냥 땅 밑으로 푹 꺼지고 싶었다."
송승준은 롯데에서 뛴 지난 14년 동안 7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가을야구 통산 9경기에 등판, 1승6패에 그쳤다. 롯데의 포스트시즌 홈경기 12연패를 끊어낸 2011년 PO 1차전이 유일한 승리다. 그 속내는 절절할 수밖에 없다.
"추석쯤 되면 우리 팬들이 예매한다고 10월의 사직 야구장 앞에 텐트치고 자던 시절도 있었다. 그분들의 응원을 받고 마운드에 오르는데, 못하면 너무 힘들고 미안했다. 가을야구 끝나면 선후배들 앞에선 당당한 척 했지만, 집에 가면 우울증 환자처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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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에게 이렇게 와닿는 메시지가 있을까. (이)대호가 계약 후 내게 제일 먼저 전화를 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혹시라도 은퇴할까 싶어 걱정했는데 정말 다행이다. 이대호 같은 수퍼스타가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지 못하면, 전준우나 손아섭 같은 후배들이 얼마나 상실감을 느끼겠나. 물론 구단이 잘해줄거라 믿었고, 그렇게 됐다."
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은 1999년이다. 송승준이 밟아본 가장 높은 곳은 플레이오프, 그것도 2번(2011 2012) 뿐이다. 평생 닿지 못한 먼 곳을 꿈꾸는 송승준의 눈빛은 아련했다. 그는 "후배지만 장원삼이 얼마나 존경스러웠는지 모른다"며 한숨을 쉬었다.
"(장)원삼이가 우승 얘기, 한국시리즈 얘기할 때마다 난 구석에서 고개를 푹 숙였다. 후배들에게 미안하고, (장)원삼이가 빛나보였다. 우리 (박)세웅이나 (노)경은이 같은 후배들이 나처럼 되지 않았으면 한다. 가을에도 강하고, 롯데를 우승도 시켰으면 좋겠다. 내겐 충분한 대리만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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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팬들께 '올해는 진짜 잘하겠다'고 했는데, 15년 동안 거짓말만 한 셈이다. 만약 롯데가 우승하더라도, 난 그 자리(더그아웃)에 있지 못할 수 있다. 시즌 도중에 은퇴하니까. 그래도 올해라면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으니까 기왕이면 올해가 좋겠다. 내년이든 내후년이든, 롯데의 우승 순간 관중석 1열에서 치맥 먹으면서 롯데를 응원하고 있을 거다. 우승하면? 당연히 펜스 넘어서 달려가야지. 그땐 다들 이해해주기 바란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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