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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난 그 나이에 그렇게 못 던졌다."
소형준은 신인 한차현과 나란히 불펜 마운드에 올랐다. 선 전 감독은 소형준의 피칭을 관찰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소형준은 이번 캠프 5번째 불펜피칭. 총 50개의 공을 던진 뒤 불펜 밖으로 나가 선 전 감독과 마주했다. '국보'와 '괴물'의 첫 만남은 그리 길지 않았다. 2~3분 정도 조언을 들은 소형준은 선 전 감독에게 모자를 벗고 2~3차례 고개를 숙인 뒤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떠났다.
레슨을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난 선 감독은 "소형준은 우선 몸이 부드럽다. 부상 위험이 그만큼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15~20년을 던질텐데 부상이 없을 폼이다. 투구폼이 부드럽고 몸 자체 유연성이 뛰어나다"며 하드웨어를 언급했다.
선 전 감독은 "항상 어떤 공을 던져도 똑같은 폼으로 던지는 게 너무 좋다"면서 "형준이 나이 때 난 그렇게 던졌을까 생각하는데, 긴장돼서 제대로 던지지 못할 때였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긴장하지 않고 자기 루틴대로 볼을 던지더라. 젊은 선수들은 긴장돼서 힘을 잔뜩 넣어서 던지는데, 그런 게 하나도 없다. 난 그렇게 못했다"고 평가했다.
선 전 감독은 1982년 서울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이후 좋아졌다고 했는데, 그게 대학 2학년 때였다. 고교 졸업 후에 소형준처럼 던지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이어 선 전 감독은 "당시엔 최동원 김시진 임호균 선배님들이 계셔서 내가 못 던지면 형들이 던지겠지 하고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갔다"며 "형준이가 던지는 건 처음 보는데, 표정이나 그런 게 작년 플레이오프 때 보니 대학 1학년인데 저렇게 긴장 안하고 자기 볼을 던질 수 있는지 놀랐다"며 칭찬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선 전 감독은 "KT 투수들을 보니까 전체적으로 자기 몸 관리를 잘 해온 것 같다. 캐치볼, 불펜피칭을 봤는데 지금 몸 만드는 과정이지만 선수들이 비시즌에 몸들을 잘 만들었지 않았나 한다. 많은 보도진이 보는 상황에서 힘으로가 아닌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던지더라"면서 "프로야구 젊은 선수들이 프로화됐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엔 캠프 와서 몸을 만들었는데, 본격적인 시합이 될 정도로 만든 거는 바람직하다"며 반겼다.
소형준은 "(선 전)감독님께서 제 나이에는 힘으로 던지려 했다면서 밸런스로 던진 게 좋다고 해주셨다"며 웃음을 보인 뒤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못 물어봤는데, 다음에는 멘탈쪽으로 여쭤보고 싶다"며 국보와의 첫 만남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소형준은 "감독님은 실제로는 처음 뵙는다. TV에 감독 모습으로 봤었는데, 덩치가 실제로 보니 날씬하시다. 비율이 좋다"며 첫 인상에 대한 소감도 드러냈다.
기장=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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