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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우승포수 되고파" 강태율, 롯데 안방 드리운 강민호 그림자 지울까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1-02-24 18:00


인터뷰에 임한 롯데 강태율. 김영록 기자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한문연과 김선일. 롯데 자이언츠 창단 30년사(史)에 단 두 명 뿐인 한국시리즈 우승 포수다. 강태율은 그 다음 자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길 원한다.

또다른 강씨 포수의 그림자도 짙다. 롯데는 2017년말 삼성 라이온즈로 FA 이적한 강민호의 공백을 여전히 채우지 못했다. 이후 롯데 안방은 나균안 나원탁 김준태 정보근 등이 경쟁했지만, 공수에서 강민호에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강태율이 롯데의 새로운 강씨 포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허문회 감독은 롯데 주전 포수 경쟁에 대해 '제로 베이스'를 강조했다. 지난해 주전 포수 경쟁을 벌인 김준태 정보근이 1군에서 많은 경험을 쌓긴 했지만, 수비력을 가다듬은 지시완과 지난해말 제대 후 합류한 강태율에게도 기회가 열려있다는 것. 덕분에 네 선수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양상이다.

강태율은 2015년 1차 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했다. 하지만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강민호의 뒤를 받치는 백업 포수 경쟁에서 김준태와 안중열, 김사훈 등에 밀렸고, 부상까지 겹쳤다. 결국 2018년 상무도 아닌 현역 입대를 택했다.

하지만 돌아온 강태율의 입지는 차츰 단단해지고 있다. 강태율은 지난해 3월 강동관에서 강태율로 개명하며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고, 제대 후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9월 1군에 복귀했다. 이후 14경기에 출전하며 39⅓이닝을 소화했다.

강태율은 이번 캠프에서 가장 주목받는 포수다. 허문회 감독은 허문회 감독은 "앞으로 실전에서의 모습을 지켜봐야겠지만, 지금 상황에선 강태율이 프레이밍이나 블로킹 면에서 가장 괜찮다"고 밝혔다. 최현 코치도 "강태율의 수비 기본기가 작년 대비 놀라울 만큼 좋아졌다. 투수를 끌고 가는 리더십도 좋다"고 호평했다.


15일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훈련을 했다. 캐치볼로 몸을 풀고 있는 강태율. 부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02.15/
강태율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고, 중학생 때부터 포수에 전념했다. 사직구장에서 만난 강태율은 "포수가 재미있었다"면서 "포수로 프로까지 왔으니까, 야구선수로서 1차 성공한 것 같다. 포지션 선택에 후회는 없다"며 웃었다.

이어 개명 이유를 묻자 "부상을 떨쳐내고 새로 시작하는 터닝포인트가 절실했다"고 의지를 다졌다.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나니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었다. 이름을 20개 정도 받아서 느낌이 괜찮은 걸로 골랐다. (손)아섭이형 바꾼 작명소에서 준 이름은 마음에 들지 않더라. 아직도 '(강)동관'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많지만, 조금씩 (강)태율로 바뀌고 있다."

강태율은 1년 8개월 가량 현역병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불안한 마음에 군생활 첫 1년은 TV로도 야구중계를 보지 않았다. 웨이트와 이미지트레이닝에만 집중하던 어느날, 장교의 허락을 받아 야구 배트를 반입할 수 있게 됐다. 한달에 한두번 가량 캐치볼을 하고, 혼자 스윙 연습을 하면서 열정을 되살렸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2개월 가량 조기 전역을 했고, 상동 2군 연습장에서 몸을 만들었다.


15일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훈련을 했다. 수비 훈련을 준비하고 있는 강태율. 부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02.15/
"우리팀에 포크볼이 주무기인 투수들이 많아서 수비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프레이밍이나 블로킹에는 자신감이 붙었다. '공을 잡을 때나 블로킹할 때 호흡을 중요하게 생각하라'는 최 코치님의 말씀에 따르다보니 더 잘되는 것 같다. 타격에서는 발사각보다는 원하는 공을 정확하게 치는데 집중하고 있다."

강태율은 "당연히 주전 포수를 하고 싶지만, 당분간은 욕심을 내려놓고 연습에만 집중하겠다"면서도 "(앤더슨)프랑코의 공을 처음 받은 게 저다. 느낌이 좋았다. 전 작년에 기회가 많지 않았으니까, 지금부터 투수들과 신뢰를 쌓아야 한다"며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공격, 수비 하나를 확실히 잘하는게 더 좋은데, 지금 좀 애매한 위치라고 생각한다. 그걸 오히려 장점으로 살려 골고루 잘하는 포수가 되고 싶다. 그라운드에서는 투수를 이끌어주고 싶다. 투수가 머리를 비우고 던질 수 있게, 그 스트레스를 오롯이 책임지는 포수가 되려고 한다. 가깝게는 다치지 않고 1군에서 뛰는 것, 멀리는 우승 포수가 되는 게 목표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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